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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진주 ‘배건네 할매’들의 그림 보러 오세요

 

 

진주 망경동에 위치한 우주협동조합 배건네 공작소(대표 한정희)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가 되면 동네 할머니들이 모인다. 골목을 사이에 둔 이웃이자 5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배건네 할매 그림 모임의 화가들이다. 망경동은 남강을 두고 진주성과 마주한 마을로 옛적부터 남강에 배다리를 두고 오갔기 때문에 배건네 마을로 불렸다. 모임 이름이 배건네 할매 그림 모임이 된 것도 그래서다.

 

배건네 공작소에 놀러 오신 아구할매 김덕남 할머니가 우연히 테이블에 놓인 체리를 그린 것이 모임의 시작이다. 망경동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온 아구할매는 아구, 갈치 등 눈에 보이는 소소한 것들을 그리며 재미를 붙이셨고, 곧 이웃에 사는 할머니들도 동참하게 되었다. 망경동에 60년 넘게 살고있는 망경동 동장집 동장할매, 칼국수 집을 운영하시는 길손할매, 금은방을 하시는 금방할매, 막내 목수각시할매, 뚱이 할매는 난생처음 색연필을 잡고 이야기하며 놀 듯 주위에 보이는 사물, 좋아하는 꽃, 과일 등을 그려 나갔다.

 

할매 그림모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쓰지 않는 미술용품들을 나누고, 인근에서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문명숙 화백은 재능기부를 통해 강습으로 기꺼이 따뜻한 마음을 내어놓았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2021년 가을에는 배건네 할매 그림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첫 그림 전시회를 열고, 2022년에는 진주 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세대공감 예술학교에 참여했다. 지난해는 마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망경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마을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매개체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배건네 할머니들의 그림이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이유는 진주의 예스러운 정취가 묻어나는 망경동이라는 장소와 그곳에서 지내 온 켜켜이 쌓인 세월이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 전달됐기 때문이다.

 

배건네 할머니들은 이제 세 번째 그림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칼국수 집 앞에 정원이 있어서 평소 꽃 그림을 많이 그리고 나중에는 대작을 그리고 싶다는 길손할매의 소망처럼 배건네 할머니들의 소망이 담긴 그림들을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수희 명예기자(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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