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는 13곳의 대안학교가 있다. 대안학교는 학업을 중단하거나 개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 인성, 소질 위주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2023년 개교 5주년을 맞은 김해금곡고등학교는 ‘김해대안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만든 경남 1호 민간위탁 공립대안학교다.
글 김수미 사진 백동민
‘너 하나를 위해 온 우주가 있는 듯’
☞이승주 부장 선생님 “대안학교에 대한 쉬운 오해 중 하나는 학교 규율이 느슨하고 자유로울 거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규율이 엄격해요. 흡연, 음주, 학교폭력 문제에 더 엄정해요. 수업의 자율성은 크지만, 학생 스스로 할 과제의 양은 훨씬 많은 편이죠. ”
고통이 삶을 이루는 조건이듯, 교육 현장에도 고통은 필수다.
김해금곡고등학교의 필수 교과 과목은 국어와 사회, 두 가지다. 각종 학교법에 따르면 두 과목만 일반 학교의 50%를 이수하고 나머지 교육과정은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10명의 선생님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교육과정의 핵심은 ‘함께, 실존, 서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 1학년 생활의 핵심인 ‘함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감 나게 가르치기 위해 ‘불편함’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발표 수업뿐만 아니라 고된 현장체험학습이 많은 이유다. 낯선 장소에서 먹고 자며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배움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김해금곡고등학교만의 특별한 평가,
연극통합수행평가
연극은 음악, 역사, 미술, 문학, 체육 등 모든 요소가 접목된 예술이다.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서는 통합교과적 관점으로 연극통합수행평가를 실시한다.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의 구민정 교수와 대학원생들도 외부 강사로 함께하고 있다. 연극통합수행평가는 학생의 인지, 감정, 의지 등 다양한 측면을 최대한 관찰해서 타당하게 평가해보겠다는 시도다. 학생들은 모든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대본 창작, 소품 제작, 음악 구성, 수많은 회의에서 적용한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소통, 배려, 인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교사들은 5일간 학생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평가한다.
☞신영린 2학년 “연극통합수행평가 주제가 2022년은 ‘공존’, 2023년은 ‘시간과 기억’이었어요. 테마 안에서 연극을 만드는 데요. 아이디어나 소스는 누구 한 명에게서 나올 순 있으나 모든 대사, 무대, 장면을 만드는 건 다 같이 해요. 우리 팀은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했어요. 연극을 만들면서 갈등도 생기고, 스스로 한계도 많이 느꼈어요. ”
더 좋은 교육을 위한 끝없는 노력
전교생 30명, 교사 10명인 작은 학교, 김해금곡고등학교는 입소문을 타고 입학 경쟁률이 2.5 대 1로 치솟았다. 교직원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에 대한 결과처럼 느껴지는 희소식이다.
김해금곡고등학교 교무실에는 칸막이가 없다. 교장실도 없다. 교직원의 눈높이를 맞추고, 의견을 나눌 때 빠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 역시 수평적 조직 문화를 통해 소외 없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한다는 철학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서사가 있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시키고자 이토록 애쓰는 교직원들의 마음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