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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은빛 억새 찬란한 창녕 화왕산 억새평원

 

 

깊어지는 가을, 단풍과 억새가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중 억새가 파도치듯 일렁이는 창녕 화왕산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국내에 내로라하는 억새 명산 중에서도 산행이 쉽고 풍광이 빼어난 곳. 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 사이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머무르는 화왕산으로 떠나보자.

배해귀  사진·동영상 김정민

 

 

불의 왕 화왕산

화왕산, 이름처럼 불의 산이다. 옛날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불뫼, 큰 불뫼라 불리다가 불의 왕이란 뜻의 화왕산(火王山)이 되었고 이후 화왕산(火旺山)이 되었다. 화왕산은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룬다. 높이는 756.6m, 낙동강과 밀양강이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산세가 독특한 화왕산은 창녕 시내에서 보면 산 전체가 철갑옷을 두른 듯 험상궂다. 그러나 산 정상에 오르면 멋 옛날 운석 충돌이 일어난 듯 가운데가 움푹 파였고, 56000여 평의 광활한 면적이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가을이면 흩날리는 억새로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화왕산을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하곡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3개의 등산코스는 바위가 많은 1코스가 가장 험난하고, 3코스가 완만하며 평탄하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2코스는 삼림욕장을 지난다. 또 옥천매표소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3가지여서 자신의 산행스타일에 맞게 고르면 된다.

 

그림 같은 억새의 향연

취재진은 옥천매표소에서 출발했다. 등산로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로 구성된 임도로 산행 초보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1코스다. 옥천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허준 세트장이 나타난다. 인기 드라마였던 <허준>, <대장금>, <상도> 등을 촬영했던 곳으로 너와집과 초가집, 움막 등이 세워져 있다.

출발한 지 약 2시간여. 드디어 화왕산성의 동문이 보인다. 정상 부근 억새밭을 보는 순간 와아!’ 나지막하게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장관이다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싶다. 주변이 온통 억새밭이다. 운무가 살짝 깔린 억새밭 풍경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이내 자욱하던 운무가 흩어지듯 밀려 올라가고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가을바람에 살랑, 푸른 하늘에 살랑, 눈부신 햇살에 또 한 번 마음이 살랑인다. 5만 평이 넘는 광활한 억새밭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물결을 일으킨다. ‘불뫼의 이름처럼 꼭대기는 흰 불꽃이 출렁이는 듯하다. 억새의 물결에 푹 잠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대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김영희(53) 씨는 정말 멋집니다. 친구들에게 화왕산을 소개해 주고 싶어 왔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올라올 때는 힘들었는데, 보상받는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권희은(53) 씨는 가슴이 확 트입니다. 진짜 가을입니다라며 웃었다.

 

2.7km의 화왕산성

화왕산 억새평원은 새 둥지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사방이 전부 억새로 이뤄져 있고, 화왕산 경계면을 따라 가야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둘레가 약 2.7km에 달하는 화왕산성(사적 제64)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크게 명성을 떨친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이 의병 990명을 이끌고 분전한 곳이기도 하다.

산성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화왕산 정상이다. 헐떡이는 숨을 잠시 고르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을 놓고 만다. 청정한 가을 하늘 아래 병풍을 펼쳐놓은 것 마냥 기암괴석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창녕 시내와 우포늪 감상도 보너스다.

이어 도착한 곳은 남문. 이곳에는 창녕조씨 득성(昌寧曺氏 得姓) 설화를 간직한 삼지(三池)가 있다. 신라 진평왕 때 태사공 조계룡(창녕조씨 시조)이 연못에서 태어났다는 전설도 있으며, 창녕조씨득성비(昌寧曺氏得姓碑)가 있다.

 


억새와 갈대 구분법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은빛 억새가 넘실대는 화왕산성을 따라 걷다 보니 앞서 걷던 등산객들이 출렁이는 억새 물결을 따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진다. 그럼 여기서 잠깐,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법을 소개한다. 억새와 갈대는 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식물은 엄연히 다른 환경,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 억새는 희거나 은빛을 띠는 반면, 갈대는 갈색 또는 고동색을 띤다. 또 억새는 산 정상에서 주로 자라는 반면, 갈대는 반수생 식물이라 습진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자리 잡고 자라는 특징이 있다. , 물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지만 갈대는 절대 산에서 자라지 않는다.

 

창녕군, 억새 복원사업 펼쳐

화왕산 억새밭이 이렇게 장관을 이루는 것은 창녕군의 노력도 빠질 수 없다. 화왕산은 지난 2009년 정월 대보름 억새 태우기 당시 인명사고로 행사가 폐지된 이후 방치됐다. 이후 2019년부터 억새 가꾸기 사업을 시행해 지속적인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10년 사이 억새밭을 잠식해버린 잡초와 칡넝쿨, 산딸기나무 등을 제거하고 틈틈이 새 억새를 이식해 올해는 억새 복원율이 약 90% 정도에 이르렀다. 2022년에는 산림청 생태보건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게 됐다.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은빛 억새가 넘실대는 화왕산 억새평원. 가을 산행의 즐거움을 느끼며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짧게만 느껴지는 이 가을,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면 화왕산 억새평원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화왕산 등산코스


지하곡 매표소 출발

1등산로(전망대길) - 3.3, 1시간 50(편도)

지하곡매표소 체육공원 전망대 산불감시초소 배바위 헬기장 서문 화왕산 정상

2등산로(서문길) - 2.6, 1시간 30(편도)

지하곡매표소 체육공원 탱크바위 환장고개 서문 화왕산 정상

3등산로(도성암길) - 2.6, 1시간 50(편도)

지하곡매표소 도성암 삼거리 화왕산 정상

 

옥천 매표소 출발

1등산로(계곡길) - 5.5, 2시간 40(편도)

옥천매표소 마지막 주차장에서 왼쪽 계곡길 통신 중계탑 일야봉산장 옥천삼거리 허준세트장 동문 화왕산 정상

2등산로(청룡암길) - 5.6, 2시간 50(편도)

옥천매표소 관룡사 청룡암 구룡산삼거리 관룡산(754m) 옥천삼거리 허준세트장 동문 화왕산 정상

3등산로(청롱암길) - 5.6, 2시간 50(편도)

옥천매표소 관룡사 용선대 구룡산삼거리 토끼바위 헬기장, 관룡산(754m) 옥천삼거리 허준세트장 동문 화왕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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