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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맛!

[음~ 이맛!]알토란 같은 가을 나기, 토란탕이 답


여름 기운에 지친 몸과 마음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

뭘 먹어야 할까? MSG의 유혹도 먹방(먹는 방송)도 무용지물.

땅속의 알 토란(土卵)’으로 옹골차고 건강한 가을 나기를 준비해보자.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땅속 정기 알알이 품은 토란탕의 행방

이 계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한 토란(土卵). 알알이 땅속 정기를 품어 이름처럼 땅속의 알이라 불리는 뿌리식물이다. 들깨를 갈아 걸쭉하게 끓인 토란탕은 원기 회복에 그저 그만이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의 문헌에서 속을 매끄럽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한다했다. 여름 내내 찬 음식으로 혹사당했던 속을 달랠 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경남공감> 편집진의 레이더에 토란탕이 잡히지 않는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타협할 수 없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수소문 끝에 지리산 벽송사(碧松寺) 공양간의 토란탕을 찾았다.

 

 

푸른 절개 담은 벽송사, 40년 베테랑 공양주

굽이굽이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을 따라 벽송사로 향했다. 태풍(힌남노) 뒤 한적해진 도로 상황, 청량한 하늘, 불어난 계곡물 소리까지 쫓기듯 내달리던 마음에 여유를 준다. 취재 전날까지도 태풍 여파를 걱정하던 만일(주지) 스님이 벽송사의 상징 소나무 아래에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바위처럼 단단한 위엄이 느껴지는 노스님은 통영 용화사 도솔암과 해인사 율원 교수스님을 거쳐 올해 벽송사로 오셨단다. “음식을 비롯해 모든 일상이 수행의 과정입니다. 육류와 오신채(五辛菜·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류)를 제외한 재료로 조리합니다. 토란탕은 동안거(冬安居·승려들이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수행 정진하는 일) 기간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음식이며, 고급식단이라 자주 공양할 수 없습니다.” 주지 스님이 사찰음식과 토란탕을 소개한다. 해인(공양주) 보살이 준비가 다 되었다며 공양간으로 이끈다. 그는 20대에 불가와 인연이 닿아 40여 년 동안 여러 사찰에서 스님과 수행자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베테랑이다.


 MSG 쏙 뺀 무공해 먹거리로 몸도

해인 보살과 몇몇 보살이 토란탕을 준비하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듯 반듯반듯 정갈하게 담아낸 재료에서 40년 내공이 느껴진다. 토란, 표고버섯, 다시마, 불린 쌀, 들깨, 두부, 참기름, 소금, 간장 등 전부 무공해 먹거리다.

토란은 독성이 있어 손질할 때 꼭 장갑을 껴야 합니다. 또 아린 맛을 제거하지 않으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해인 보살이 토란 손질법을 알려준다.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참기름에 토란을 볶고, 표고버섯과 들깨가루를 부어 걸쭉하게 끓여낸다. 고기 대신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소금과 10년 묵은 간장으로 마무리한다. 젓갈과 마늘 대신 간장과 연근으로 맛을 낸 김치와 깻잎절임을 곁들이니 소중하고 따뜻한 밥상이 완성됐다. 간편식과 MSG에 점령당한 몸에 모처럼 쉼을 줄 기회가 될 듯하다.

 

가을 식탁, 정성 담은 옹골찬 토란탕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토란탕. 그 모양새는 고명 하나 올리지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런데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걸쭉한 국물은 표고버섯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들깨의 풍미가 더해져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한다. 알토란이 입안에서 크림처럼 부서진다. 감자와 고구마 사이에 있는 맛이라고나 할까. 식탐을 누르지 못하고 두 그릇을 비워냈다. MSG로 맛을 낸 간편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벽송사의 프로그램이 재개되어 토란탕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깊어가는 가을 건강과 정성을 알토란같이 옹골차게 담은 토란탕을 식탁에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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