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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내게는 최고의 자가용 ‘사랑의 구르미카’

 

시골 마을에서 자주 보는 광경이 하나 있다. 바로 낡고 오래된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경로당을 갈 때도, 마실 나갈 때도 어디든 함께하는 낡은 유모차는 어르신들의 동반자가 된 지 오래다바로 이 유모차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있다. 어르신들이 뼈대만 남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는 모습에 보다 쉽게 움직이고안전한 실버카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모여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랑의 구르미카한화디펜스 전 직원들이 한마음·한뜻으로 만든 사랑의 구르미카 제작현장을 찾았다.

 


힘든 보행 도와주는 구르미카

창원시 의창구.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점심 식사를 마친 김혜정(78) 할머니께서 외출 채비를 시작했다. 두터운 외투를 차려입고 불편한 몸을 지탱해 줄 지팡이도 꺼냈다. 허리가 아파 혼자 걷기가 힘들어 지팡이에 의지해 걷던 할머니께서는 취재진이 방문한 날 경남자원봉사센터를 통해 구르미카를 전달받았다. 손에 잡고 있던 지팡이를 이내 내려두고 구르미카를 밀며 걷기 시작했다.

평소에 작대기 짚고 다녔어. 허리가 아파서 똑바로 서기도 힘들고. 무릎도 엉성해서 잘 엎어진다 아이가. 근데 이거는 밀고 걸으니깐 똑바로 서지네. 두 손으로 잡으니깐 걷기도 훨씬 낫다. 아이고 이 좋은 걸 내한테 주나.”

이내 집 앞 골목길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시며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못했던 할머니께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딜까 싶어 여쭤보니

시장에 가고 싶다. 사람도 구경하고 물건도 구경하고. 대기 짚고 가면 30분도 더 넘게 걸리는데, 구르미카 끌고 가면 더 빨리 가겠다. 아이고, 진짜 잘 쓸구마라며 환히 웃으신다.

 

 

유모차보다 튼튼한 실버카 만들고 싶어

시골에서는 낡고 오래된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종종 봅니다. 뼈대만 남은 유모차는 제동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유모차에 몸을 기대면 쓰러질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실질적으로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사랑의 구르미카를 탄생시켰습니다.”

한화디펜스 1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철수(51) 마이스터.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술봉사팀과 함께 사랑의 리어카를 제작했었다.(경남공감 93호 참고) 이후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경남자원봉사센터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바로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카를 만들어 보자고. 방산 제조업 특성상 누구보다 튼튼하고 성능 좋은 실버카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기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몇 번의 도면 수정을 거쳐 완성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편히 걸을 수 있고, 걷다가 힘들면 앉아 쉴 수 있도록 하자. 실버카와 보조의료기구를 합쳐서 만들어보자. 디자인은 단출해도 튼튼하게 만들자.’

박 마이스터는 기술봉사팀과 함께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설계도면을 만들었다. 이후 회사 내 자재들로 실버카 초기 버전을 제작했다. 모양도 다소 엉성하고,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에서 가진 품평회 때는 쓴 소리도 들었다. 어르신들이 말씀하신 불편한 사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도면도 여러 차례 수정하고, 좀 더 튼튼한 부품을 찾기 위해 업체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랑의 구르미카. 잘 굴러가길 바라나는 마음에 이름 지은 구르미카는 한화디펜스 기술봉사팀의 손에서 온전히 탄생했다.

 


 

 

구르미카, 성인 남성 무게도 거뜬!

가장 신경 써서 제작한 부분은 바퀴에요. 유모차에 달려 있는 바퀴는 작고 약해서, 어르신들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죠. 그래서 산업용 바퀴를 사용했습니다. 성인 남자가 앉아도 지탱해 줄 수 있죠. 그리고 바퀴가 모두 회전하면 넘어질 위험이 있어 앞바퀴는 360도 회전, 뒷바퀴는 앞·뒤로만 갈 수 있도록 용접했답니다.”

어르신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술봉사팀은 손잡이도 뒷바퀴보다 조금 안쪽에 위치해 힘을 가해도 쓰러지지 않도록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구르미카는 어르신 맞춤 실버카로 노인들의 평균 키 150~160에 맞춰 제작했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이 구르미카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기술봉사팀이 밝힌 또 하나의 놀라운 비밀 하나. 바로 상하로 움직이는 의자다. 의자와 붙어 있는 2개의 기둥에 스프링을 넣어 사람이 앉으면 의자와 함께 기둥이 내려가 땅에 닿는다. 이 기둥이 바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어서면 의자와 함께 기둥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전 직원이 함께 만들어

기술봉사팀의 주도하에 만들어 졌던 구르미카는 어느새 한화디펜스의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기술봉사팀이 1차적으로 부품을 재단하고, 부품세트화를 거치면 이후 임직원들이 매주 시간을 할애해 조금씩 제작에 손을 보탠다. 그렇게 한 달에 약 10대의 구르미카가 만들어진다.

코로나19로 거리 두기를 실시하기 전에는 1년에 약 100~150대 정도 제작했어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모이기가 힘들어 제대로 만들 수가 없었어요. 1년에 두 번 씩 임직원 가족들도 제작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전혀 모일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대당 약 6만 원의 비용이 드는 구르미카는 지금까지 250대를 제작해 도내 곳곳으로 전달했다. 올해는 작년에 만들지 못했던 수량까지 합쳐 200대를 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박 마이스터는 구르미카를 전달받은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역 봉사담당자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더 많은 양을 만들어 달라고요. 그만큼 어르신들께서 잘 사용하고 계신다는 거니깐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라며 기술봉사팀원들의 노력과 협력, 임직원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마지못해 아슬아슬하게 사용했던 위험한 유모차 대신 사랑의 구르미카를 사용한 어르신들의 한 걸음, 한 걸음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구르미카를 제작하고 싶다는 한화디펜스 직원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닿길 바란다.

 

 

 

 

 

배해귀 사진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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