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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애처가 노릇

 

 

35년간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년을 마무리했다. 매일 쳇바퀴 도는 직장생활을 하다 쉬게 되니까 편하면서도 때때로 지루해졌다. 이게 소위 말하는 무위(無爲)’의 고통일까. 고뇌를 끝으로 지금은 독서, 걷기, 산행, 음악 감상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직장 일을 핑계로 그동안 아내에게 몰인정하고 권위적으로 굴었던 것도 후회됐다. 이제부터라도 애처가가 되어 살자는 생각을 한다. 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아내 비위를 맞추거나 애처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친다.

 

시중엔 중··노년층 남성들이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는 유머가 나돌던데 처음엔 피식 웃음이 났지만, 요즘은 절실히 공감이 간다. 첫째,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려라), 둘째, 인명재처(人命在妻: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달려 있다), 셋째,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아내와 화목하면 매사가 순조롭다), ​​넷째, 지성감처(至誠感妻:정성을 다하면 아내가 감동한다), 다섯째, 순처자흥(順妻者興) 역처자망(逆妻者亡:아내에게 순응하면 흥하고 거역하면 망한다) 등이다.

누군가 웃자고 지어낸 말이지만 충분히 이해된다. 나도 아내에게 신하처럼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부탁하는 대로 이행하니 집안이 편안하고 나도 오히려 홀가분하다.

 

부부간에 싸워서 이겨봐야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 말처럼 아내에겐 무조건 지는 것이 만수무강에 이롭다. 그래서 아내가 무슨 일을 부탁하면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빠른 동작으로 응한다.

앞으로도 나는 공처가가 아닌 애처가로 살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려 나갈 생각이다. 내가 겸손한 자세로 나가니 아내도 나를 존경해 준다. 밥상이 푸짐해지고 같이 여행이나 장보기도 동행하자고 한다. 긴 인생에서 배우자는 천군만마가 아닐까 싶다.

새삼 아내는 젊은 남편에게는 여주인, 중년 남편에게는 친구, 늙은 남편에게는 간호부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베이컨의 명언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박정도(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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