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먹고 사는 일이 항상 고달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한 예술가들은 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사업’에 참여해 생애 첫 개인전을 선보인 허승주 청년 도예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글 김미영 사진 이윤상
창작의 산실에서 만난 달팽이 모녀
김해시 우암로에 자리한 ‘도자공방 선’에 들어서자 중년여성이 밝은 미소로 맞이해 준다. 허승주(22) 작가의 어머니 배경희(52) 작가이다. 취재 차 여러 차례 통화해서 목소리가 귀에 익다. 허 작가가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어 취재가 쉽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도와줄 수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던 기억이 떠올랐다.
허 작가는 낯선 이들의 방문에 시니컬한 표정으로 휴대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작업실 소개를 제안했더니 작품과 작업실 내부를 천천히 본인만의 속도로 안내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 작가가 “우리는 달팽이 모녀예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달팽이가 우리의 모습 같아요”라며 허 작가와 사랑이 가득한 눈빛을 교환한다.
‘허승주 도자 개인전-우린 특별해!’로 도예가 데뷔
허 작가는 지난해 9월, ‘도자 개인전-우린 특별해!’를 선보이며 데뷔한 신인 도예가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사업’에 참여한 덕분이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도내 청년 예술인에게 작품 활동비를 지원하며 문화예술계에 진입해 예술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경남도가 돕는 사업이다.
허 작가는 미술 분야에 참여해 30여 점의 캐릭터 도자공예 작품을 제작, 개인전 개최 및 다양한 상품을 공개했다. 작업실에는 이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 일부가 진열되어있다. 전 세계 동물과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스케치한 후, 흙으로 빚어 채색하고 가마에 구워 나온 결과물은 실로 놀랍다. 스케치와 100% 이상 일치하는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작업이 눈길을 끈다. 또한 캐릭터마다 이름을 짓고,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액세서리를 지니게 한다. 한 캐릭터가 완성되는데 보통 15일에서 길게는 30일이 걸리기 때문에 사업 기간에는 작업실과 집을 오가며 창작활동에만 매진하게 된다.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허 작가는 “모든 작품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내 친구들이에요”란다. 지금도 허 작가의 일과는 하루의 반은 작업실에서 작품창작에 매진하고, 나머지 시간은 다양한 분야의 책과 영화, 영상들을 보며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니 천상 예술가다.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의 모녀
배 작가는 장애아동 부모로 산다는 것이 대하소설을 쓸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부부는 조형 활동을 할 때 행복해하는 딸에게 도예의 길을 열어 주고자 공방과 스승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딸의 대입 준비 중 남편의 권유로 동반 입학을 결심한 어머니의 용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렇게 모녀가 ‘동부산대학교 생활도예과’ 2018학번으로 나란히 입학하여 지난해 학업을 마쳤다. 함께 공모전에서 수상의 기쁨도 누리고 전시도 개최하는 등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허 작가는 “엄마가 가장 특별한 친구예요”라고 말한다. 배 작가는 “딸 덕분에 도예가로서 인생 이 막을 시작 할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녀의 아름다운 동행이다.
“한계를 뛰어넘어 3D 애니메이션 작가 꿈 이루고파”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사업’에 참여해 지원받은 준비금 250만 원으로 좋은 재료를 구매하고 원 없이 만들어 보았다며 모녀가 신나서 얘기한다. 재료비, 작품 제작, 전시까지 다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관심이 예술창작의 원동력이 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포트폴리오 제작, 지적 재산권 등의 교육과 우수 사례지 견학 기회도 주어져 사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통해 허 작가에게 개인전 개최라는 이력이 만들어졌고, 전시된 작품을 보고 협업 제의도 들어와 다음 행보가 주목 된다.
허 작가는 2022년 대한민국 공예대전 출품과 2회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매일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허 작가에게 꿈을 물었다. “저의 꿈은 3D 애니메이션 작가예요. 그래서 틈틈이 이야기를 만들고, 사촌 언니에게 컴퓨터 그래픽도 배울 계획이에요”라며 야무지게 그녀의 포부를 밝힌다.
도자공방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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