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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경남의 올여름 가족 피서지Ⅱ

 

쨍한 하늘이 반갑다. 장마 기간 내내 눅눅했던 마음마저 바짝 말려보고 싶다.

여름의 절정을 달리는 8, 지난 호에 이어 소개할 올여름 가족 피서지 역시 3곳이다.

산호빛 해수욕장, 역사와 문화가 깃든 명승지, 빠뜨리면 서운할 지리산 계곡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보자.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백지혜 사진·동영상 김정민



모래시계를 가진 보배로운 섬  통영 비진도 

가히 보배에 견줄 만큼아름다운 섬

섬 여행이라 배편부터 알아봐야 했다. 평일은 하루 3, 주말은 5회 운항하지만, 730일부터 8월 중순까지는 하계 특별수송으로 더 늘었다. 선박업체(한솔해운)를 통해 미리 체크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2주 동안 취재 일정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오전 1050. 통영항을 출발할 때만 해도 흐렸던 날씨가 바다를 가로지르면서 기적적으로 개기 시작했다. 통영여객터미널을 떠난 배는 40분 뒤 내항(내항마을), 다시 10분 뒤 외항(외항마을)에 도착한다. 두 마을 모두 각각 40여 호 남짓에 주민 수는 60여 명쯤 된다.

면적 2788, 해안선 길이 9, 최고봉이 해발 312m의 외항산이 있는 비진도는 보배(·)에 비()할 만한 섬이라고 해서 미인도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확실한 건 보석을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 종이 홍보물로 그 진가를 알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내항과 외항 그 두 섬 사이를 이어주는 그림 같은 해수욕장. 산호빛 비진도, 우리나라에 이런 섬이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놓치면 아까운 트레킹 코스~! 감탄 절로

통영 비진도는 트레킹(도보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새벽 650분 가장 이른 배를 타고 출발해 오후 515분 마지막 배를 타고 나갈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3구간인 비진도 산호길은 외항에서 시작한다.

망부석~미인전망대~선유봉까지의 가파른 구간(1.7)과 선유봉~노루여전망대~비진암~외항으로 완만하게 내려오는 구간(3.2)으로 나뉜다. 취재진은 미인전망대를 오르기 위해 가파른 코스부터 선택했는데 폐부 끝에 있던 숨까지 끌어올려야 했을 만큼 쉽게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절경을 위로삼아 발끝에 힘을 주어 내딛었다. 돌계단을 40여 분 정도 올라 미인전망대로 들어섰을 때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모래시계 모양을 드러낸 비진도에 압도당해 잠시 말을 잃었다. 전망대에서 만난 이은정(27·남양주시) 씨는 전국 트레킹 완주를 목표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비진도를 첫 여행지로 삼았다라며 잘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아담한 해수욕장에서 찾는 잔잔한 여유

섬 서쪽 코스를 돌아 3시간여 만에 다시 외항마을로 돌아왔다.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내항마을로 향했는데, 두 마을을 잇는 길이 신비롭다. 한쪽은 부서질 듯 차르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고운 모래가, 다른 한쪽은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파도에 단련된 몽돌들이 펼쳐져 있다. 한쪽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니 면면이 다른 층을 쌓아 올린다.

땀으로 젖은 몸과 지친 발을 바닷물에 담가본다. 아담한 크기, 적당한 수온의 비진도 해수욕장은 잔잔한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해수욕을 즐기려 비진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민박이나 펜션들이 많아 며칠을 머무를 수도 있다. 다만 음식점이라고는 작은 매점과 횟집 단 2곳뿐이어서 먹거리를 넉넉히 챙겨 와야 한다. 파라솔과 물놀이용품을 대여할 수 있고, 샤워실 이용도 가능하다.

 

위치 통영시 한산면   문의 055)650-3600

 

 

 

역사와 문화가 깃든 피서지  거창 수승대

김미화(거창군 명예기자)  사진 유근종·()거창문화재단

 

거와 현재가 맞닿는 명승지

거창 수승대(명승 제53)는 조선시대 유학자 요수 신권 선생의 강학처이자 구연서원, 요수정,함양재, 관수루 등 빼어난 문화재가 즐비해 있는 거창의 대표 관광지이다. 화강암반 너른 계곡이 펼쳐져 있어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과 바위, 노송이 어우러진 자태를 뽐내는 수승대는 얕고 넓게 펼쳐진 물놀이장을 중심으로 야영데크와 오토캠핑장 등 시설도 갖추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도 모자람이 없다. 문화유적과 함께 한데 어울린 것이 묘하고 신선하다. 현대인들과 옛 풍류가들의 모습을 겹쳐 상상해 본다. 수백 년의 여름을 거치는 동안 한결같이 시원함을 간직한 곳. 수승대가 특별한 이유다.

 

무릉도원 연상케 하는 시인 묵객들의 풍류처

야영장에서 계곡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수승대 명물 거북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을 피할 수 없었던 선조들은 운치 있고 맑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 풍류를 즐겼을 테다. 널찍한 화강암반을 벼루 삼아 시를 쓰고 흐르는 물에 붓을 씻던 시인 묵객들의 풍류처가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하니 풍경이 달리 보인다. 거북바위 둘레에는 퇴계 이황이 수승대로 개명할 것을 제안한 5언 율시를 비롯해 옛 풍류가의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천년 백송과 우거진 나무 그늘 사이로 산책을 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다. 용암정, 황산 전통 고가 마을, 벽화마을, 서출동류 물길 트레킹길 등 여러 문화재와 명승지도 둘러보자. 피서하며 즐길 거리가 많다.

 

자연 속의 연극, 거창국제연극제 주 무대

3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지난달 22일 수승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서막을 열었다. 거창국제연극제 주 무대이기도 한 수승대는 자연 속의 연극이라는 독특한 운영으로 30년 동안 전 세계의 연극인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물놀이를 즐기면서 연극과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피서지가 또 있을까? 이달 5일까지 수승대와 거창읍 일원에서 펼쳐지는 국내외 공연도 놓치지 말자. 문화를 즐기며 한가로움과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분들께 수승대에서의 피서를 적극 추천한다.

 

위치  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2

문의  수승대관리사무소 055)940-8530

 



너른바위와 구시소 폭포가 정겨운  지리산 중산리 계곡 

이인규(산청군 명예기자)  사진 유근종· 산청군

 

 

누구나 한 번쯤 가 보았을 지리산. 그곳엔 한 번 갔다 하면 두 번 다신 잊을 수 없는 여름 여행지, 지리산 중산리 계곡(좁게는 3km, 넓게는 9km)이 있다.

 

여름 피서철 경남 도내 대표 관광지

7월 초 현재,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님에도 지리산 휴게소(1주차장)는 벌써 차량이 즐비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년 만에 완화되면서 경남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피서객들이 몰려온 까닭이다. 뜨거운 햇볕 때문일까. 중산교 다리 아래 파라솔을 펴고 자리 잡은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물놀이를 전후로 주차장 내에 있는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트릭아트 체험관을 관람하거나 산채비빔밥이 유명한 식당을 이용해도 좋다. 물놀이용품 등을 살 수 있는 편의점도 이곳에 있다.

 

중산리 계곡의 인기 명소너른 바위·구시소 폭포

차량으로 중산리 탐방안내소(2주차장)까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는데, 200m 정도 올라가면 두류 산장 맞은편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목재 계단을 따라 아래로 150m쯤 내려가면 중산리 계곡 중 가장 인기 있는 너른 바위가 사람 좋은 주인처럼 우리를 반긴다. 이름대로 바위가 아주 넓다. 바위 앞 깊고 차가운 못은 땀을 씻고 수영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중산리 주민들은 지금도 이곳을 신성시해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중요한 마을 행사(써레 씻기 등)를 한다. ‘너른바위에서 두류 생태 탐방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구시소 폭포가 나온다. 오래전 마을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곳이었고, 변변한 목욕탕이 없던 시절 아낙들의 천연대중탕이었다고 하니 왠지 정겹고 푸근하다. 어떠한가. 올여름 우리 모두 지리산 중산리 계곡에 몸을 담가 속세에 찌든 욕망과 거친 땀을 씻어내지 않겠는가.

 

위치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문의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055)97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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