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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쨍! 하고 해 뜬 냉동창고 남해 ‘스페이스 미조’

 

 

남해 끝자락, 냉동창고의 재탄생

 남해로 깊숙이 들어선 끝자락, 아담한 포구 미조항에 닿으면 창고형 건물 스페이스 미조(1815)가 나타난다. 투박한 창고의 원형은 살리되, 개방감이 느껴지는 통창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1986년 건설돼 미조항 수출의 발판이 된 이 냉동창고의 나이는 36. 23년 동안 잘 사용되다 2009년 새 냉동창고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한순간에 쓸모없는 공간으로 전락하며 급노화한 것이다. 건축은 사람 온기를 품고 그 기운을 발산한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닌듯하다. 남해군이 2018년 재생 사업에 나선 지 4년여 만인 지난 4,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해를 사랑하고, 미조항을 아끼며,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다.

 


햇살 품은 문화창고, 새로운 항해일지

문을 열자 그윽한 커피 향과 음악 소리가 공간을 꽉 채운다. 천장에 닿을 듯 존재감을 내뿜는 거대한 냉각용 코일 장치는 이 건물의 백미다. 방치됐던 기기가 설치미술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것이 재생 사업의 묘미랄까. 이질적이지 않게 주변과 잘 스며들었다. 매니저 전다영 씨를 따라 1층 전시실에 발을 들여놓자 천장 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진다. 햇살 한 뼘 허용치 않던 냉동창고의 기적이다. 이곳에는 전문작가와 마을 주민이 함께한

<미조, 바다와 삶>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 벽면을 차지한 미조 어업지도는 어민의 이야기를 모아 제작한 벽화작품이다. 2층에 오르면 남해 담은 굿즈를 선보이는 편집숍과 작가 거주 공간이 있다.

 

음악과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해빙

바다와 하늘을 배경 삼은 공연장으로 조성한 3. 냉동창고 시절 얼음 수조로 활용됐던 곳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20여 년 얼어붙었던 공간이 음악과 문화로 해빙기를 맞이했다. 관객석에 앉아보니 해안을 닮은 유려한 곡선의 피아노와 푸른 바다가 동시에 들어온다. 심해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물고기와 관람객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전시 공간도 숨어 있다. 송유리(39·충남 서천) 씨는 멸치 쌈밥 기억밖에 없었는데, 머물며 즐길 거리가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흡족해한다. 4층은 온실처럼 통창을 내 항구와 바다 위 흩뿌려진 섬을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층 한층 내려오는 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숨 쉬고 있는 이곳의 매력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지역 정체성과 역사를 문화예술로 녹여낸 스페이스 미조는 멈춤이 아닌 정중동으로 흐르는 공간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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