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 녹차 한잔에 우러나는 깊은 맛 청년농부 이종석

귀농·귀촌으로 찾은 즐거움 ❶

 

 

인생의 2, 귀농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서 행복하다는 초보 농사꾼들을 소개한다.

먼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하동이 좋아 의사의 길도 마다하고 귀농한 이종석(31) 씨를 만났다.

      

중국 유학 접고 하동으로 귀농

섬진강과 지리산을 참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이곳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걸 한다는 게 많이 두려웠지만 하루하루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에요.”

하동에서 녹차를 재배하는 청년농부 이종석 씨. 지금이야 흙냄새, 차냄새가 몸에 뱄지만 원래 그는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였다. 지난 2008년 부모님이 하동으로 귀농하던 해, 그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운남중의대에 입학해 중국 전통 의학을 5년간 공부했다. 그리고 중의학(의사) 고시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귀농을 결심했다.

방학이 되면 자연스레 하동을 찾게 됐죠. 올 때마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지리산과 섬진강의 절경을 보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힐링이었어요. 또 언젠가는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조금 앞당기자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 지인들은 극구 말렸지만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연로하신 부모님 곁에서 힘이 되고 싶었고, 조금이나마 젊었을 때 부모님께서 일궈낸 것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또 지리산과 섬진강을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컸다.

 

 

하동을 정성껏 담고 싶다

그렇게 2017년 청년농부로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하동 악양면에서 금향다원이라는 민박집도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요리곳간이라는 회사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하동을 듬뿍 담은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요. 흔한 식품가공 업체가 아니라, 지리산과 섬진강을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죠. 유기농 홍차로 만든 밀크티베이스를 출시했고 신제품도 개발 중이에요라고 웃으며 전했다. 이어 삼국사기에 따르면 중국에서 차 씨를 가져와 하동에 첫 시배를 했어요. 그때부터 하동에서는 녹차를 재배하고 있죠. 차향이 만 리를 간다고 해서 다향만리, 다향천리라는 말을 쓰고, 차례를 지낸다는 말도 원래 다례(茶禮)라고 차를 달여 조상들께 드린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우리 조상들께서는 차를 가까이하고 지내셨죠라며 전통 차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또 그는 중국에서 들여온 녹차를 역수출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유통회사인 금곡미연에 하동녹차를 보내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고, 회사 간부들이 하동을 방문하기도 했다.

 

청년농부의 즐거움 그리고 꿈

청년농부로서 그의 삶은 열심 그 자체이다. 새벽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녹차 농사에서 신제품 개발까지 매일 24시간이 모자란다.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친구 만날 시간도, 개인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것보다 큰 기쁨이 차를 잘 만들었을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리산 계곡물로 우린 차를 마시며 어머님과 차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좋아요라며 차 농부로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망을 얘기했다.

농업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농업과 기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귀농을 원하는 시니어 분들, 청년농업인들, 다문화여성분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그 분들이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곳이길 바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막 농사의 걸음마를 뗀 그는 여전히 농사가 어렵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매년 봄이 찾아오듯 차잎이 올라오면 행복해진다는 청년농부 이종석 씨. 따뜻한 차 한 잔이 어울리는 이 계절. 녹차의 색과 향, 그리고 맛을 음미하며 하동의 차밭에서 행복해하는 청년 농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