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축구센터에 오랜만에 열띤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로나19가 닫아버렸던 관중석 출입구가 처음으로 열린 날, 홈 팬들과 함께해서 더욱 힘이 났던 걸까? 경남FC는 7경기 만에 승리로 보답했다.
올해 첫 관중 입장 홈경기
지난 8월 2일 오후 6시. K리그2 2020 13라운드 안양FC와의 홈경기, 시작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창원축구센터 출입문에는 열성팬들의 줄이 이어졌다. 사천에서 왔다는 공경환(29) 씨는 발열검사 등 입장절차를 감안해 더 일찍 서둘렀다고 했다. 바닥에 그어진 거리 두기 선 위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그가 마스크 너머로 “너무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전체 관중석의 10%만 입장이 허용된 이날, 마스크는 기본이었다. 줄을 서서 체온을 재고 QR코드 인증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권은 온라인으로만 예매했다. 음식물 반입도 금지됐다.
줄을 선 600여 명의 홈 팬들은 무사히 입장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경남FC 서포터즈 회원인 김상덕(41) 씨는 하동에서 창원까지 달려왔다. “그동안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직관(직접 관람)경기라 가슴이 설렙니다”라는 그의 눈빛은 상기되어 있었다.
5월 시즌 개막 후 80여 일 만에 팬들과 재회
코로나19는 모든 스포츠 경기에 관중을 차단했다. 팬들은 선수를, 선수는 팬들을 갈망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골문이 열릴 때는 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떼창(?)’하고 싶었다. 온라인 중계로는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너무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드디어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경영난을 호소하던 구단과 직관을 애타게 원했던 팬들에게는 더 이상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절친이라는 문성훈·김건우(고2) 학생은 “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마스크를 쓴 채 오프닝 곡 ‘나는 문제없어’를 손을 흔들며 신나게 따라 불렀다.
관중들과 마주한 경남FC 선수들은 결과로 보답했다. 골문을 겨냥한 유효슈팅들이 줄줄이 막히는 전반전을 끝난 뒤, 후반전 5분 첫 골이 터졌다. 오랜 부상 끝에 선발 출전한 황일수의 긴 크로스를 넘겨받은 백성동이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강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허를 찌른 원 샷 원 킬. 6경기 무승의 굴레를 한 방에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골~~”의 갈증을 한순간에 풀어준 통쾌한 승리였다.
8월 23일 이후 다시 무관중 경기
홀로 앉아 있는 여성 팬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채준(경남FC·수비수) 열성팬이라고 소개한 허지윤(김해·29) 씨는 “웬만한 홈경기는 혼자 보러 올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라고 했다. 잠깐 인터뷰 중이었는데 갑자기 관중석을 감시(?)하던 보안요원이 나타났다. “옆자리 앉으시면 안 됩니다!”라며 바로 옐로 카드를 날렸다.
경기장의 경우 환호와 응원가를 부르는 탓에 생활방역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마스크를 벗어도 안 되고, 아무리 지인끼리라도 옆자리로 슬쩍 옮겼다가는 바로 경고를 받는다. 한 칸 띄어서 앉기는 기본, 앞뒤로는 두 줄을 비운다. 다른 구역으로 옮겨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다시 무관중 경기로 되돌아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국적인 2단계 조치가 내려졌다. 현장에서 가을축구를 보고 싶은 팬심은 또 상처를 입었다.
경남FC 9월 홈경기 (창원축구센터)
9. 5.(토) 오후 6시│경남 VS 제주 9. 20.(일) 오후 6시 30분│경남 VS 안산
9. 27.(일) 오후 4시│경남 VS 충남아산
글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