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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아버지의 낡은 신발

 

평소 사람들의 신발을 눈여겨보는 습관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의상도 그렇지만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과 취향, 성격까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사연이 많은 듯한 신발을 보면 누군가의 일상을 상상하게 된다. 버스, 거리에서 낯선 사람들의 신발을 훔쳐보다 보니 가족, 친지, 친구 신발에도 예민한 편이다.

 

아버지는 좋은 신발을 선물해도 만날 때 보면 늘 낡은 운동화를 신고 계신다. 답답한 마음에 한 번은 하소연하듯 말했다.

 

아버지 그렇게 헌 신만 신고 다니시면 사람들이 저희들을 흉봐요. 저 어르신은 새 신발 사줄 아들, 며느리, 딸도 없나 보다 하고요.”

 

그러면 너털웃음을 치며 알았다, 알았어. 이제 새 신발로 바꿀게. 걱정마라하고 순간을 모면하신다. 하지만 우리를 만나지 않는 날이면 금방 구멍난 듯한 운동화가 다시 아버지 발을 감싸고 있다.

 

아버지는 십 수 년간 귀농해 농사를 짓고 계신다. 주말에만 도시 집으로 돌아오시고 평소엔 매일 논밭을 누비고 다니신다. 새 신을 신어봤자 한나절이면 흙투성이가 되고 쿠션이 좋다는 신발도 며칠 지나면 푹 꺼져 버리기 일쑤다. 그 어떤 신발도 바지런한 아버지의 발걸음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낡은 신발이 초라해진 노년을 보여주는 거라 단정지은 나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아버지의 헌 신은 아직도 자식들에게 내줄 게 있어 다행이라며 하루를 바삐 움직이는 열정과 사랑의 상징이었다.

 

장유세(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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