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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우린 제법 잘 통하는 사이”

어르신 바리스타 & 청년 매니저

 

눈만 마주쳐도 뭐가 필요한지 알 정도가 됐다. 못해도 40년 넘는 나이차. 하지만 문제될 거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뻘이고, 손주뻘인 그들이 한 주방에서 일한다. 실버카페의 어르신 바리스타와 청년 매니저 얘기다.

 

실버카페는 경남도내 13개 시·65곳에서 운영하는 경남도의 노인일자리사업장이다. 60세 이상 어르신 바리스타 816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실버카페가 세대 융합을 시도했다. 카페 50개에 1명씩 청년매니저가 배치된 것. 노인일자리사업과 청년일자리사업을 묶은 셈이다. 청년매니저는 인력과 재고 관리, 인테리어, 청결 등 전반적인 매장관리를 맡고, 카페 홍보와 메뉴 개발 등 실제 운영자 역할을 담당한다.

 

 

당황스런 순간 든든한 지원군

메뉴 익히기가 쉽지 않았어요. 시니어클럽에서 교육을 받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도 기계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특히 계산대 포스기. 우리 나이에 쉽지가 않아요.”

거창군 실버카페 카페웃음수승대점의 바리스타 박진호(68) 씨는 거창군내 유일한 남성 어르신바리스타. 8년 전 귀촌해 오미자 농사를 지으며 실버카페 바리스타를 겸직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 마니아였던 박 씨는 카페에서 일하면서 커피 공부에 푹 빠졌다. 손님들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물 온도, 원두의 로스팅 정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계산대 앞에만 서면 당황스럽다.

이제는 청년매니저가 있어 든든하지요. 지난해 7월부터 같이 근무했어요. 근무 1년차가 돼도 버벅거리던 부분을 우리 서 매니저가 맡아줘서 한층 일하는 맛이 납니다.”

 

 

나이 차이? 우리는 동료

박 씨가 든든하다고 소개하는 우리 서 매니저는 서보근(24) 씨다. 지난여름 현재 근무하는 카페웃음 수승대점을 방문했다가 청년 매니저 일에 지원했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었어요. 실버카페는 생각했던 노인복지와는 너무 달라서 놀랐죠. 도움만 받는 분들이 아니었어요.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일하시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함께 근무하는 이영숙(67) 바리스타는 커피 주문에 샷 추가까지 확인하는 세심한 바리스타다. 메뉴를 못 고르고 머뭇대는 관광객에게는 거창 특산물인 오미자차를 권할 정도로 센스도 있다. 하지만 5잔 이상 주문을 받으면 좁은 주방에서 동선이 꼬인다. “그럴 때마다 서 매니저가 메뉴별 소요시간을 따져 동선을 정리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서 매니저 최고!”라고 칭찬한다.

나이 차이요? 그런 거 모르겠어요. 각종 할인 혜택, 쿠폰 적용 때문에 계산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 정도가 특별한 저의 일입니다.”

서 매니저는 커피를 저보다 더 많이 아신다면서 도움 드릴 일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웃는다.

 

 

서로 배워요꼭 필요한 존재

지난해 10월 사천시 향촌동 주택가에 120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점한 실버카페 바다마실 카페온’ 2호점의 청년 매니저 박상은(23) 씨의 말도 비슷하다.

또래보다 어르신들하고 일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어요. 커피 내리는 일은 도움을 드리지만, 그 외는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음료 외 디저트류인 누룽지탕, 토스트 등은 저보다 실력이 좋으십니다.”

규모가 큰 카페라 동시간대 근무하는 어르신 바리스타는 3. 동료 어르신 바리스타들 이야기는 역시 거창 수승대점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다. 황정숙(68) 씨는 박 매니저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가 애를 써도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커피머신과 토스터 등 기계 다루는 데는 아무래도 미숙하거든요. 똑 같은 걸 자꾸 물어도 박 매니저는 편안하게 잘 가르쳐줍니다.”

이봉애(65) 씨도 말을 보탠다. “점심시간처럼 한꺼번에 손님이 몰릴 때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려도 의욕만큼 몸이 안 따라준다. 그 때 매니저님이 해결사죠.” 야무진 박 매니저 덕에 한 나절에 150잔까지 소화해낼 수 있었다며 자랑한다.

박 매니저는 그날그날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한다. 카운터와 토스터, 커피머신, 죽 등 디저트류 담당을 정하고 본인은 총괄하며 보조한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자식들보다 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같이 일하는 것이 즐거워요이정희(67) 씨가 박 매니저를 마주보고 활짝 웃는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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