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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당신은 기부 위해 태어난 사람~”

휴머니스트 박윤규 치과원장

 

따뜻한 봄을 맞아 따뜻한 사람 '기부왕'을 물색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남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 91호인 치과의사를 추천했다. 알 만한 사람은 많이 아는, 칭찬이 자자한 사람이다. 그의 재능기부 스토리를 취재했다. 

박정희  사진 유근종



철도청 부기관사가 치과의사 된 사연

3월초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2동 박윤규(치의학 박사) 치과를 찾았다. 박 원장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아준다. 치과 내 벽에는 그의 기부이력, 수상이력이 빼곡하다. 도움을 받은 환자가 감사 선물로 건넨 그림도 걸려있다.

34녀 중 차남으로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1981년 서울 용산에 있던 철도고로 진학했다고 한다. 졸업 후 철도청 서울기관차사무소 부기관사로 발령,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4개월 째 근무하던 19847, 인생이 바뀌는 사고를 당했다. 근무 중 열차에 치여 오른쪽 무릎아래 다리를 잃은 것이다.

두 번의 대수술과 100일의 재활치료.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잃은 다리에 집착하고, 낙담했을 법하다. “재활과정은 고통스러웠으나 거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보조기구를 차고 몸의 균형을 되찾기까지 어렵게 치료를 마쳤습니다. 퇴원 후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여행을 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죠. 가치 있는 새 삶을 살자고.”

대학입시에 도전, 원광대 치의예과에 들어갔고 6년 공부 끝에 의사면허를 땄다. 개업장소를 물색하다 누나가 살던 창원으로 정했고, 회원2동은 그렇게 제2의 고향이 됐다.

 

 

경남아너소사이어티 91, 26년 간 해외 의료봉사 기부 또 기부

박 원장의 기부 내용을 들어보면 기부왕이라는 표현보다 인류애가 넘치는 휴머니스트라는 표현이 차라리 더 적절하다 싶다. 오랜 기부의 행로에 접어든 계기는 치과 개업 후 종교단체 주최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하면서였다. 치료 차례를 기다리던 소년이 자신 앞에서 딱 줄이 끊겨 낙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안에 잠자던 인류애깨어났다’. 1997년부터 사비를 털어 다닌 해외봉사만 스리랑카, 베트남, 미얀마 등 10여 개국이 넘는다. 26년째 연 4회 매년 1억 원 이상의 사재를 들여 매회 300명 이상을 치료하고 있다. 대단하다. 힘들지는 않을까.

힘들면 못 하겠죠. 이런 직업이어서 얼마나 축복인지 모릅니다. 제 능력이 닿는 한 마음껏 도울 수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건 봉사를 하러 다닐수록 더 행복하다는 점이죠.” 기부는 기부를 낳는다. 그의 해외봉사는 의료봉사를 넘어 이젠 생필품 후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섬 지역 주민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창원 송도·양도, 통영시 사량도 등 주민 1000여명 이상을 치료했다. 회원2동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는 물론이다. 동네 경로효도잔치에 2013년부터 2000여 만 원씩 8회 후원했고, 2021년부터는 치과 뒤편에 옹달샘을 만들어 임항선을 산책하는 주민에 500ml 생수 1200병을 매일 기증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재소자 치과진료도 하고 있다. 단순치료만이 아니다. 더운 여름 500ml 얼음생수 2만 병을 네 차례 공급하며 불쾌지수로 힘들어하는 재소자 정서까지 챙겼다. 이외도 보훈 가족 지원, 코로나19 당시 의료진 지원, 결식아동 지원, 군 부대 지원 등 일일이 헤아리기만도 숨찰 정도로 기부 릴레이를 하고 있다.

 

 

다문화센터 어린이도 챙길 예정건강 허락하는 한 기부

그는 기부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지금까지 한 것도 모자라 올해부터는 다문화센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다문화센터 학생의 치아를 진료하고 있다. 기부는 언제까지인 것일까.

제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봉사를 다녀보면 재소자든, 외국인이든 모두 다 그냥 아픈 사람일 뿐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됩니다. 편견을 거두는 게 중요합니다. 저의 재능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좀 더 낫게 하는 다리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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