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을 지나는데
유모차가 구부정한 할머니를 끌고 오네
관절통인데 앉았지만 말고
동네 한 바퀴 돌라며
나온 김에 동무도 만나라며 회관으로 모시고 오네
여기저기
누구 할매 누구 어매 목소리가 달려오네
숨차다고 회관 문 앞에서
똑같이 유모차를 깔고 앉네
둥글게 앉아 오늘의 안부를 주고받네
어제 같이 뽑은 냉이로 만든 아침
부녀회장이 나눠준 두유로 입가심한 똑같은 일상
유모차는 가끔 삐거덕거리며 끼어드네
숨 가라앉을 새가 없네
진달래 개나리도 한몫하고
저기 들고양이 밥도 걱정이네
건강걷기를 하면 좀 나을까
실버댄스를 하면 더 좋을까
문해교육은 공부할 권리라던데
최신 정보를 한참 주고받다
보행보조기란 말은 환자 같아 싫다
우린 유모차라 부르자
만장일치로 통과
주차선이 없어도 회관 앞에
쪼르르 똑같은 간격으로 주차하고
구부정한 봄이 회관 문 열고 절룩 들어서네
송문희 명예기자 (시인·밀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