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새댁아, 커피 한 잔 타도고.”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이웃 할머니가 구부러진 허리로 지팡이를 짚으시고 다른 손엔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우리 집을 기웃거리신다. 봉지 안에는 달큰한 향이 나는 복숭아와 우리 집 반찬 통이 들어있다. 며칠 전 오이소박이를 담았는데 할머니 생각이 나 조금 나눠 드렸던 우리 집 그릇이다.

할매예, 이런 거 자꾸 사오모 다음에는 뭐 해도 안줄낍니더.”

어데 내가 산 거 아이다. 아들이 늙은이 무라고 사왔는데 내가 이거 다 묵을 수 있나? 갈라 묵구 없애야제. 그래야 다음에 또 사다 줄 꺼 아이가. 새댁이 복숭아 좋아한다 아이가.” 

가끔 주부 흉내를 내느라 이것저것 반찬을 하게 되면 혼자 사는 할머니가 일부러 이런 걸 하기 힘들지 싶어 조금씩 나눠 드리곤 했는데 매번 이렇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할머니도 입맛이 없어 끼니를 거를까 하시다가도 내가 드린 반찬 맛이라도 보자 싶어 한술 뜨시게 된다고 작은 것이지만 늘 고마워하신다.

7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왔다.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할머니네 텃밭, 맞은 편은 우리 텃밭이 있다. 할머니가 감자를 심으면 우리도 감자를 심는다. 할머니가 배추를 심으려고 밭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면 우리도 풀을 메고 땅을 골라 퇴비를 뿌린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농사법을 터득한다.

그런데 유달리 할머니네 텃밭이 수확이 더 좋다. 우리 밭에 호박이 애호박일 때 할머니네 호박은 늙은 호박이 되고 강낭콩도 늘 할머니네 밭 콩이 알도 굵고 속도 꽉 차 있다. 열무도 키가 더 크고. 그래서 할머니네 수확물은 늘 절반이 우리 집으로 온다. 할머니가 주신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여 할머니께 도로 갖다 드리고 할머니가 주신 열무로 열무김치를 담아 또 나눠 드리고 늘 이런 식이다.

60을 바라보는 나를 할머니는 늘 새댁이라고 부르신다. 나한테 커피를 배워 70 평생 안 드시던 커피 맛을 아셨다고 오늘도 나를 찾아오셨다. “새댁아, 커피 한 잔 타도고.”

 

이승현 (밀양시)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