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1월이 지나 이제 진짜 겨울을 맞이하는 12월이다. 나무와 풀잎처럼, 사람들도 겨울을 맞이하느라, 서둘러 몸치장을 하느라 바쁜 것 같다. 겨울빛이 완연한 12월, 자연도 가지각색으로 변하는데 우리도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함박눈이 온종일 내리는 날을 상상해보자. 눈은 금세 땅에 넘치도록 쌓이고, 아이들은 눈싸움하러 밖에 나온다. 친구들과 자리싸움하듯 눈치작전을 펼치며 진을 만들고, 발로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실컷 눈을 밟는다. 그런데 이 소리는 발자국 소리인가? 이 표현이 당연한가? 아하, 그렇다면 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일 뿐, 귀에 들리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발자국은 소리 나지 않는 흔적일 뿐. 발자국이 사람처럼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단언컨대 발자국 소리는 없다.
바른 말 고운 말은 ‘발걸음 소리’ 또는 ‘발소리’이다. 사전적 정의를 따지자면, ‘발걸음’은 ‘발을 옮겨서 걷는 동작’이다. 따라서 ‘발걸음 소리’는 ‘발을 옮겨서 걷는 동작이 일으키는 소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발소리’도 ‘목소리’처럼 표준국어대사전에 엄연히 존재하는 말이다. 즉 ‘발소리’는 명사로서, ‘발을 옮겨 디딜 때 발이 바닥에 닿아 나는 소리’이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발걸음 소리는 사실 필자가 만든 예문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렇게 교양 있는 소식지를 읽는 분이라면, ‘데’ 알고 있는 걸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말과 행동을 ‘데’ 거칠게 하는 사람은 이런 글을 어떻게 읽고만 있겠는가? 여기서 먼저 쓰인 ‘데’는 ‘불완전하게 또는 불충분하게’를 나타내고, 나중에 쓰인 ‘데’는 ‘몹시, 매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데알다’라는 말은 ‘자세히 모르고 대강 또는 반쯤만 안다’라는 뜻이고, ‘데거칠다’는 건 ‘몹시 거칠다’라는 말이다. 아직도 발자국 소리라 하는 사람은 국어를 ‘데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데거칠다’를 개 거칠다고 쓰면 안 된다. 그럼 와 정말 데거칠다.
찬찬히 규모 있게 하지 않고 얼치기로 어설프게 하는 생각, ‘데생각’이다. 발자국에서 소리가 난다는 생각도 일종의 ‘데생각’이다. 옹졸한 생각, 즉 ‘옥생각’도 하질 말자. 발자국 소리면 어떠냐는 건, 바로 옥생각이다. 다시 설명하지만, 발자국은 흔적일 뿐 절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박준석 (경기도 이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