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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맛!

[음~ 이맛!]옹골진 전통의 맛 그대로! … 사천 완사 옛날순대

 


 

완사 옛날순대는 사천 곤명면 완사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순대에 ‘완사’라는 지명을 떡하니 붙여 고유명사화할 정도로 특별한 맛을 낸다. 그런데 그 특별함의 이유는 의외로 ‘특별’하지 않다.

옛날 방식으로 속을 꽉 채우는 것이 전부.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특식으로 대접받던 ‘피순대’가 바로 완사 옛날순대다.

 

100년 전통 장터에 옛날순대

완사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인근의 완사역과 함께 수몰을 피해 곤명면 정곡리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왔다. 상가건물 1동과 야외 매대가 늘어서 있는 3900㎡ 정도 넓이의 시장. 입구에 서면 한눈에 훑어질 정도다. 5일장이 서는 1일자와 6일자를 빼고 나면 한산한 편. 그래도 장날처럼 늘 북적이는 곳이 있다. 완사시장의 명물 ‘피순대’ 식당들이다. ‘피순대’는 옛날순대를 이르는 말인데. 선지 위주의 순대소를 쓴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순대 전문 식당은 3곳. 허연 김을 내뿜고 있는 가마솥을 보고 순대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25년 됐다는 식당의 주인장은 식당 내력보다는 훨씬 젊다. 시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하고 있단다. 시집와 10년 정도 시어머니와 식당을 꾸리다 이제 혼자 운영한 지 5년 정도 됐다는 전윤심(46) 씨. 뜨거운 가마솥에도 거침없이 손을 집어넣을 정도로 일이 손에 붙었다. 전 씨가 보란 듯이 솥에서 꺼내드는 허여멀건 순대 똬리가 바로 완사 옛날순대다.

 

지금껏 맛본 순대 맛은 잊어라

동그랗게 말린 통순대는 일반적인 순대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생김새로는 별 차이를 모르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전 씨가 툭툭하게 썬순대 한 접시를 가져온다. “아, 이래서 피순대구나!” 썰어놓은 순대 비주얼이 왜 ‘피순대’인지 대번에 알려준다. 시중에서 흔히 보던 순대 속이 아니다. 더 벌겋고, 더 꽉 차 보인다. 순대소의 재료가 뭔지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껌껌한 적갈색이다.

딸려 나온 새우젓과 된장에 번갈아 찍어 맛을 본다. 지금껏 먹어봤던 순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찹쌀순대, 당면순대, 야채순대, 김치순대…. 많고 많은 순대 중 어느 것 하나 비슷한 맛이라고 할 만한 순대가 없다.

‘간 고기로 빚은 완자 맛’, ‘두부 맛’, ‘카스텔라 맛’,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딱 이거다!’ 싶은 맛 표현은 없다. “희한한 맛이네.” 갸우뚱하는 취재진을 보고 전 씨가 웃는다.

“먹어본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젊어서, 어려서 먹어본 순대 맛이라고 합니다.”

전 씨의 말대로 완사 옛날순대는 기억을 소환하는 맛이다. 처음 먹어본 사람은 그야말로 첫 경험이다. 두부 씹는 식감에 고기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고소함이 느껴지는 뒷맛에 입맛을 다신다. 대중화된 요즘의 당면순대에 비해 쫀득함은 덜하다.

 

철분 덩어리, 값싼 전통 영양식

어릴 때 어머니가 순대 만드는 걸 본 적 있다는 이윤상 사진작가는 완사 옛날순대를 보고 어머니를 추억한다. 순대 만들던 날의 시끌벅적했던 풍경을 얘기하며 순대 맛을 음미한다. 이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사 순대는 ‘충실한 맛’이란다.

“선지가 철분이 많아서 빈혈에 좋잖아요? 여자들한테 특히 좋은 영양식이지요.”

주인장의 말처럼 선지가 가득 든 옛날순대는 철분 덩어리다. 고기 못지않은 영양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순대 맛 때문에 한 점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이 이상하다고 한단다. 무엇보다 선지가 많이 들어갔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손님도 있다. 그럴 때 전 씨는 국밥을 권한다.

국밥은 순대 전문식당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 완사시장 순대 전문식당에도 국밥은 단연 인기다. 순대국밥을 비롯해 돼지국밥, 내장국밥 등 익숙한 국밥들이 차림표를 차지하고 있다.

  


 

완사 순대국밥은 특식 중 특식

전 씨가 차려내는 순대국밥은 부추가 수북하게 고명으로 얹혀 나온다. 김이 풀풀 오르는 국밥 뚝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뜨듯해진다. 다른 지역 국밥과는 달리 콩나물이 많이 들었다. 부추 향에 콩나물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마른 순대가 거북했던 사람도 먹을 만하다. 콩나물 때문인지 걸쭉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개운한 국밥 맛을 낸다.

완사시장 순대 전문식당은 평일에도 점심시간을 전후해 손님이 제법 많이 든다. 5일장이 서는 장날은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휴일과 장날이 겹치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소문이 나면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오는 단체손님도 있다. 평일 텅 빈 장터에서 삼삼오오 무리지어 두리번거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순댓집을 찾는 외지인들이다. 서민음식의 대명사인 순대지만, 완사 옛날순대는 일부러 찾아 먹는 특식 대접을 받는 셈이다.

 

인기 비결은 “순 옛날식이라는 것”

순대의 어원은 만주어인 ‘셍지 두하(senggi-duha)’라고 한다. ‘피’를 뜻하는 셍지, ‘창자’를 뜻하는 두하가 변형돼 순대가 됐다는 얘기다. 칭기즈 칸이 전쟁터에서 먹을 전투식량으로 돼지 창자에다 만두처럼 속을 채워 먹었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얘기도 있다.

완사 옛날순대에도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 식당 사장님인 전윤심 씨에게 물어봤다. 칭기즈 칸에 버금가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뭔가 있을 듯해 물었더니, 은퇴한 시어머니 문덕희(78) 씨를 모셔온다.

“별거 없어. 먹고살기 힘들 때라 돈벌이는 해야 되는데, 시장통에 없는 게 없더라고. 가만히 보니, 순대식당은 없데. 그래서 시작했어. 예전에 마을에서 돼지 잡는 날이면 순대를 만들었거든. 그 방식대로 만들었어. 순 옛날식이지.”

동물성 식재료가 귀했던 옛날에는 돼지는 버릴 것 하나 없는 먹거리였을 것이다. 고기에 뼈, 내장, 선지까지 모두 음식이 됐다. 선지에 김치, 시래기, 야채를 섞어 돼지 창자를 채우고 삶아내는 순대는 손끝이 야물지 않으면 해내기 어려운 음식이었단다.

 

당면 대신 두부 계란 야채 순대소

시어머니 방식을 물려받은 전 씨가 순대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선지, 돼지소창이 가득한 주방 뒤켠이 작업장이다. 두부, 계란, 묵은지, 양배추, 양파를 선지와 섞어 속재료로 쓴다. 선지만 아니면 만두소와 다를 바 없는 속재료다. 거기에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방아잎을 넣는다.

“피순대가 다른 지역에도 있는데요. 방아잎을 쓰는 것이 경상도식일 거예요. 서울손님 중에는 방아냄새 때문에 완사 순대를 못 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전 씨는 씻어놓은 소창을 50cm 길이로 마디 내듯 묶어 순대를 만든다. 실로 창자 끝을 묶고 깔때기와 대나무 막대를 이용해 순대소를 밀어 넣어 완성한다. 끓는 물에 그대로 삶아서 채반에 얼마간 식힌 후 손님상에 나간다.

순대국밥 1인분(6000원), 순대 1접시(6000원)로 완사 옛날순대를 실컷 즐길 수 있다.

곤양식당 ☎ 055)853-4427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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