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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약사가 말한다

노래하는 약사 황원태

 


 

“약보다 노래가 명약이다”는 황원태(68) 약사. “노래는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그의 약국에는 이상하게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약 없이 노래로 몹쓸 병을 이겨낸 그의 이색 체험도 이상한 약사의 외침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 항생제 소비량 OECD 평균 1.7배

황 약사는 양산 출신으로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도 처음에는 약으로 병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약은 순간만 편하게 해줄 뿐 온전한 치료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약분업 이후 더 심해진 약물 오·남용 부작용을 보면서 회의감도 깊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 약 정말 많이 먹습니다. 조금만 아파도 약부터 찾아요. 병 무서운 줄만 알지 약 무서운 줄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18’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1.7배 높았다.

그럼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 “약을 조금만 줄이고 노래를 부르면 건강해집니다. 제가 바로 산증인이지요”라며 웃음 짓는다.

 


뇌경색으로 사라진 목소리 노래로 되찾아

1987년 그는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타이틀곡 ‘임이여’가 담긴 첫 음반을 낸 33년차 가수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노래였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없었다면 가수로 전업했을 정도다. 그러던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3개월이나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노래를 못 부르니 참 많이 울었죠.”

그런 그에게 의사는 하루 16알의 약을 처방했고, 노래를 부르면 혈압이 올라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노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들과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신기하게도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몸도 빨리 회복됐다. 약 대신 노래로 이겨낸 이후 환자들에게 더욱 노래를 권하게 됐다.

 

약 바로 알리기 명강사

2005년 병상에서 일어선 그는 2집 앨범을 내고 강연도 다시 시작했다. 7분 강의와 7분 노래로 짜여진 그의 강연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약 적게 쓰는 식이요법’으로 시작해 “노래만큼 건강한 약은 없어요. 안전하고 부작용도 없죠”로 마무리한다.

양산시가 주선한 의료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결과 수강생들의 약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담당 공무원이 포상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다. 우울증, 스트레스성 질병, 과민성대장 증후군, 신경성 위염 등에는 노래가 특효약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 약사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 30분 경남교통방송(FM95.5MHz) ‘황원태의 노래약국’ 코너를 약국에서 헤드셋을 쓴 채 방송한다. 올바른 약 사용법을 알려주고 좋은 노래를 명약이라며 들려준다. 특히 지난 연말 타미플루 부작용을 미리 알린 것은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환각증세를 보인 환자가 타미플루를 복용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를 혼자 두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방송 2주 후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부산 여중생 추락사건이 있었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약은 항상 득실을 따져야 합니다. 지나친 불신도 문제지만 부작용을 모르고 복용하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라며 오·남용 경고에 더 힘을 실었다.

그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이 있다. 『의사의 반란』이다. 저자인 현직 의사(신우섭) 역시 ‘약 대신 우리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믿고 병원과 약을 멀리하라’고 권고한다. ‘고치치 못할 병은 없다. 다만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는 부분을 즐겨 인용하는 황 약사는 오늘도 약국 손님들에게 “약은 되도록 먹지 마세요. 약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건강 비결입니다”라고 말한다.

 


 

가장 안전한 약은 노래입니다

황 약사는 두 아들뿐 아니라 3명의 손주도 약을 멀리하며 키운다. 손주가 감기에 걸려 아파하면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자”며 응원하고 약은 처방해 주지 않는다.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약을 줄이라는 약사.

“예전에는 약 적게 드시라고 하면 이상한 약사라는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럼 약국은 왜 하느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죠. 약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약국입니다. 가까이서 약의 부작용도 알려줄 수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죠. 지금은 저의 진심을 알고 많이 좋아해 주십니다.”

체력이 닿을 때까지 약보다 노래를 권하는 강의를 겸한 공연을 다니고 싶다는 황원태 약사. 그의 바람처럼 2019년 새해에는 조금만 아파도 약을 찾는 습관을 버리고 신명나는 노래로 건강을 지켜보자. 

 

 

글·사진 배해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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