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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목화솜으로 나누는 온기(溫氣)…함양 칠성면업사 임채장 대표

 

함양중앙시장 칠성면업사 임채장(69) 대표. 40년 가까이 목화밭의 사나이로, 목화솜 전도사로 살아온 사람이다. 소비자들이 값싸고 품이 덜 드는 화학솜으로 갈아탈 때, 거꾸로 목화밭에 매달리며 목화사랑을 이어왔다. 그는 이제 전국에서 얼마 남지 않은 목화재배자다. 더욱이 직접 재배한 목화솜을 타서 이불까지 제작해 판매한다. 그는 해마다 자신이 만든 이불을 불우이웃돕기로 기탁하고 있다.

 


1984년 면업사 창업, 목화사랑에 빠져

임 대표가 목화솜을 가공하는 칠성면업사 내부는 마치 1980년대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임 대표의 나이와 거의 맞먹는 조면기가 목화솜떨기에서 씨를 뱉어내며 연신 돌아간다.

솜꽃을 기계에 일일이 손으로 넣으며 작업하던 임 대표는 환갑이 넘었어도 잘 돌아간다면서 기계를 쓰다듬는다. 1984년 임 대표가 칠성면업사를 창업할 때 중고로 들여온 조면기는 지금은 구경하기 어려운 기계다. 사람 손이 반, 기계가 반, 씨 빼는 작업은 그렇게 진행된다.

씨를 뺀 목화솜은 솜틀기로 자리를 옮긴다. 솜틀기는 송이송이 떨어져 있는 원재료를 고르게 펴서 뽀송한 솜장으로 만드는 기계다. 뭉쳐 있던 섬유질이 탈지면처럼 얇게 펼쳐져 밀려나온다. 직경 1m가량의 솜틀기 원통이 30회 이상 돌아야 1kg짜리 솜장 한 장이 완성된다. 이불 한 채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1kg짜리 솜장이 세 장 들어간다. 솜꽃송이로는 600개 정도다.

 

직접 목화농사, 밭과 공장 오가는 일상

“80년대 중반부터 화학솜이 나왔거든. 값싸고 편하니까 사람들이 목화솜이불을 버리기 시작하더라고. 너무 아까웠어요. 그 좋은 걸 쓰레기 취급하니까. 목화밭도 점점 없어지고. 그래서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반평생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솜장은 손도장이 찍힐 정도로 부드럽고 폭신하다. 손님들이 목화솜의 매력에 빠져서 탄성을 지를 때 제일 기분이 좋다는 임 대표. 그는 창업하고 얼마 안 있어 직접 목화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년생 초목본인 목화는 봄철 씨 뿌리기,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하기, 수확 후 마른 줄기 뽑는 작업 등 밭에서 할 일도 많다

임 대표는 밭과 공장을 오가는 바쁜 일상을 수십 년째 해왔다. 지곡면 개평마을 4950를 포함해 9900의 목화농사를 직접 하고 있다전국적으로 솜틀집은 몇 곳 있어도 직접 목화농사 지으며 솜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드물다. 덕분에 여러 차례 방송을 탄 유명인사가 됐다.

 

매년 이불 기탁 가진 것으로 나눔 실천

함양중앙시장에는 임 대표가 운영하는 핑크하트라는 이불가게가 있다. 목화농사 지어 솜 틀고 이불 제작·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요즘에는 2kg이나 1.5kg짜리 얇은 솜이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맞춤 제작도 한다. 아토피환자와 유아들에게 좋다고 알려지면서 마니아들이 늘고 있단다. 새 이불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이불도 다시 솜을 타서 재생시키는 주문도 받는다.

임 대표는 20년째 이불 기탁으로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매년 설밑에 한 채당 25만 원 상당의 목화솜이불10~20채를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는다. 그는 받는 분들이 정말 좋아한다면서 무엇보다 가진 걸로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칠성면업사  함양군 함양읍 중앙시장길 12-2  ☎ 055)963-2328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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