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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사과 키우며 거창한 꿈 이루리라

청년농부 공동체 '거창한파머스'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좋아 사과 맛 좋기로 유명한 경남 거창. 이곳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농촌의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이 있다. 사실 농사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다. 남들이 농촌을 떠날 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그들은 짐을 싸 들고 농촌으로 들어갔다. 거창의 매력! 농업의 미래! 아니면 사과 맛! 그들이 거창으로 들어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농촌에서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

거창한파머스민천홍(35) 이사는 뉴질랜드에서 8년간 요리를 공부했다. 그곳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우리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해 보고 싶어 먼 길을 둘러 다시 고향 거창으로 돌아왔다. “농촌 문화의 패러다임을 이렇게 바꿔나가면 정말 거창한 거창이 되지 않을까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3년 전 귀농한 정용욱(38) 씨는 거창이 좋아 정착했다. 아직 농사일이 손에 익지 않아 힘든 점도 많지만 하나씩 배우고 공부하면서 농사짓는 맛에 푹 빠졌다. “도시에서 살 때는 경쟁이 필수였어요.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아도 된다는 것을, 그럼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대구에서, 서울에서, 익산에서, 창원에서, 그리고 저 멀리 뉴질랜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농부까지 열두 명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창 청년 농부들의 공동체 거창한파머스가 농촌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거창한파머스를 일구다

지난 20184월 거창군에서 실시한 귀농 청년 사업을 통해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열두 명의 청년들이 처음 만났다. 거창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인 열정이 있었기에 뜻이 잘 맞았다.

청년 농부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던 끝에 그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청년불패사업에 응모해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과 성공적인 귀농 방법, 선진 사과 농법을 익혔다. 물론 지역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해야 할 일도 배울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유통과 수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거창한파머스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들은 농업법인을 통해 사과 농사를 잘 지어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농촌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농업법인을 만든 후 중국 청도에 있는 업체와 3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기도 하고, 무농약 사과를 거창지역 고교생들에게 무료로 배식하기도 했다. 또 대구한의대와 MOU를 맺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킹홀리데이와 직접 농촌을 배우는 농촌 학기제를 도입했다.

민천홍 이사는 뉴질랜드 유학 시절 농장에서 워킹을 하면서 홀리데이를 즐기는 외국인을 많이 봐 왔다. 거창에도 농장이 많으니 이곳에서 농촌을 체험하며 일을 하고, 번 돈으로 여행까지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촌 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거창한파머스 소속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농업 전반과 농촌 생활을 배우는 것으로 총 12학점이 배정돼 있다. 거창한파머스 회원들은 사과 수확부터 판매, 마케팅 등을 가르치는 교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민병호(40) 거창한파머스 대표는 사과농장에서 일을 하고 직접 수확한 사과를 판매하기도 하면서 수익금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도 있다직접 수확하며 보람도 느끼고 유통과정까지 배운 특별한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의 내일을 위해 씨를 뿌리다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말처럼 녹록지 않아서 몇 십 년간 사과 농사만 지어온 베테랑 농부에게도 농번기의 하루는 버티기 힘든 날이 더 많고, 팔팔한 청년들의 몸에도 묵직한 근육통을 남기기 일쑤다. 하지만 거창한파머스는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회의를 한다. 회원들은 종일 일하느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다름 아닌 우리의 내일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천홍 이사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같은 뜻을 가진 동료가 있기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었다며 거창한파머스를 만든 계기를 에둘러 표현했다.

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진 것이 없기에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창한파머스는 함께 일하고, 웃고, 놀고, 꿈꾸면서 농촌의 미래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이것 역시 내일을 위해 씨를 뿌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이.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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