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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결혼이주여성 베트남 친정 방문기 "10년만에 반쯩 먹고 왔어요!!"

 

 

한국에 시집온 결혼이주여성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고향 그리고 친정 식구들을 향한 향수(鄕愁)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경남공감이 만난 사람, 경남만사. 이달의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원효련(33) 씨다. 경상남도와 STX복지재단,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약 3년 만에 친정 베트남을 다녀온 원 씨의 가족을 만났다.

 

나의 친정은 베트남

원효련 씨는 10년 전 한국인 남편 박만호(49) 씨와 결혼하면서 정든 고향 베트남을 떠나왔다. 그 사이 사랑스러운 두 딸 서영이(9)와 시현이(7), 개구쟁이 아들 찬유(6)를 낳았고 한국 문화에도 적응했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는 친정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플 때나 명절이 되면 친정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베트남 문화를 알려주고 싶고, 친정 엄마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베트남에 더욱 가고 싶었어요.”

이런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 거짓말처럼 원 씨의 소망이 이뤄졌다. 바로 경상남도에서 추진한 결혼이주여성 가족 친정방문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떨어졌다는 소식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죠. 그래도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이 선정됐을 것이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그런데 발표 3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한 가족이 취소해서 우리가 가게 됐다고요.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어요.” 


결혼한 지 10년 만에 온 가족이 모여

출국일은 지난 121. 친정 엄마가 부탁한 이불 한 채를 사고 세 아이와 함께 친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편은 설날에 맞춰 베트남으로 올 예정이었다. 혼자서 세 아이들을 챙겨야 했지만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사실만으로 설레었다.

공항에서 아버지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웃음부터 나왔다는 원 씨. 오남매 중 막내인 원 씨가 결혼 후 친정에서 명절을 보내는 건 처음이었다. 더욱이 전북 진안으로 시집간 둘째 언니네도 고향 방문 대상자로 선정돼 10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설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일주일 넘게 설을 보내요. 가족들과 함께 음식도 만들고 친척집을 방문해 세배도 하고 덕담도 나눠요. 그리고 한국의 한복처럼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 입은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매일 아침 친정 아버지께서는 국수를 해주셨고, 평소 먹고 싶었던 베트남 명절음식 반쯩10년 만에 맛보았다. 찹쌀을 불리고 돼지고기와 녹두을 넣고 바나나 잎으로 싸서 10시간 이상 쪄야 먹을 수 있는 설날 음식을 결혼 이후 처음으로 먹었다.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 문화 배워

원 씨의 가족들은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문화탐방 기회도 가졌다. 베트남 국보 1호 한기둥 사원(一柱寺)과 호치민이 베트남 독립을 선언했던 바딘광장 등을 방문했고 제2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닌빈에서 삼판배도 탔다. 아이들은 엄마의 나라 베트남을 구석구석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둘째 딸 시현이는 삼판배 타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오토바이도요라며 엄마의 나라에 감탄했다. 남편 박 씨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명절 때 베트남에 왔어요. 경제적인 부담으로 자주 오지 못했는데,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참 좋았어요. 다음에도 설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반가움과 행복으로 바뀌었다는 원 씨, 그리고 외갓집 방문으로 설레었던 아이들. 그 특별한 여행은 원 씨 가족에게 잊지 못한 추억을 선물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10년부터 결혼이주여성 가족 친정방문사업을 시행했다. 그동안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중국, 몽골 등 8개국 369가족, 1271명을 지원했다.

 

 

배해귀 기자  사진 경남도청 여성가족청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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