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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화개장터로 떠나는 추억여행

어린 시절 고향 하동의 오지에 살 때, 어머니와 화개장터에 가는 날이 가장 신났다.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한 손은 귀를 막은 채 뻥튀기 아저씨를 지켜보면서 튀밥알 하나라도 주워 먹으려고 했던 어린 시절, 그때가 참 정겨웠다.

 

돛대도 없는 작은 거룻배를 타고 하동과 구례 사이 화개장터를 오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섬진강에서 탔던 거룻배에는 할아버지 사공이 홀로 화개장터와 중한치를 오가는 사람들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사공은 손님들이 심심할까봐 삶의 애환이 물씬 묻어나는 구수한 뱃노래도 들려주고, 돈 없는 사람들에겐 뱃삯도 받지 않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지금 거룻배는 보이지 않고, 평생을 사공으로 지내던 할아버지 사공도 돌아가셨지만 그 얘기는 여전히 전해져 내려온다.

 

덜덜덜덜. “~, 대포 터진다. 귀머거리 안될라카믄 귓구멍 퍼뜩 막거라. ~! 뻥이요!!” 지난 주말에 그 뻥튀기 아저씨도 보고 싶고 어머니께서 사주시던 풀빵과 분식이 떠올라 화개장터로 발길을 옮겼다.

 

시장은 오랜만에 듣는 이웃마을 소식과 각종 정보도 수집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정겨움이 있다. 아기 안고 나온 젊은 주부의 맑은 웃음, 지팡이 짚고 나오신 할아버지의 연륜과 아이들 손잡고 나온 중년 부부의 넉넉한 여유는 재래시장의 푸근함을 더해준다

쌉니다 싸요, 떨이요 떨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인들의 익숙한 타령까지 우리를 반겨준다.

 

그때 아이들은 화개장터에 가기 위해 십리도 넘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먼 길이었는데도 낭만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사먹은 풀빵, 찐 감자, 호떡, 옥수수는 왜 그리도 맛있던지! 우리는 참으로 즐거웠다. 나는 그래서 두 달에 한 번씩은 화개장터로 여행을 간다. 사람 사는 진한 향기를 맡으러.

 

김세준(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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