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은 늘 돼지국밥이다
한 뚝배기면 속이 든든하고예 고기 몇 저름 다 지 몫이니
인정머리 없이 다투어 먹을 일 없고예
차려 먹기 귀찮은데 두세 끼니 걸러도 거뜬하지예
젤로 좋은 거는예, 속이 뜨뜻해져서
오래 살고 있는 내가 다 용서가 되는 거라예
후루룩 땀 흘리며 먹는 물컹한 돼지국밥
녹록지 않은 독거를
푸념도 넋두리도 아닌 노랫가락처럼 훌훌
씹어 삼킨다
까막눈 뜨겠다고
아침 첫차 타고 두 번 갈아타고
기역, 니은, 힘든 걸음, 다 늦은 나이에 배우는 게 행복하다고
기름값에도 못 미치는 강의료가 가끔 서운했던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돼지국밥 먹던 날
돼지는 죽어서도 너와 나, 뜨겁게 살맛나게 하는 것을
사람도 그래야 되지 않겠냐 하시는
아직 뜨거운 팔순들
송문희(명예기자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