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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경남공감을 읽고】 쇳조각이 보물이 되다

아라가야 말갑옷 시민 제보로 발굴

지난 6월호 경남공감에 함안 마갑총에 관한 글이 실렸다. 그 속에 최초의 제보자로 소개된 신문지국장이 바로 나에 관한 이야기다.

1992년 당시 자전거 대리점을 하던 나는 친구의 부친이 운영하던 조선일보 지국장까지 겸하게 됐다. 자전거 대리점이나 신문배달은 학생들과 자주 접촉하게 돼 있다. 자연스레 함안의 아라가야에 관한 얘기들을 들려줄 기회가 많았다. 대학시절 현장답사와 발굴 경험을 선후배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1992년 아침 이상한 쇳조각 발견

이 글을 쓰는 올해 66일 아침, 정확히 28년 전 현충일을 회상했다. 배달학생들이 나간 뒤 게다가 공휴일이라 평일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7시쯤 병춘이가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녹슨 쇳조각 하나를 보여주었다. 해동아파트 공사장에서 주웠다고 한다. 받아보니 그냥 쇳조각이 아니었다. 가공되고 구멍이 나 있고 둥근 형태였다. 그래서 현장을 찾았다. 주변에서 쇳조각 두어 개를 더 주웠다. 평소 아라가야 고분군 지역이어서 유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쇠붙이를 보자 생각이 깊어졌다.

공사를 중단하고 발굴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망설이다 대학동기인 최헌섭(두류문화연구원 원장)에게 연락했다. 그는 창원문화재연구소(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었다. 공휴일인 탓인지 전화가 쉽게 닿지 않았다. 겨우 전화가 돼서 상황을 설명했다. 마침 성산산성 발굴팀이 가까이 있어서 아침 8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을 둘러본 연구원들은 긴급발굴이 필요하다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긴급발굴조사를 진행한 박종익 학예연구사가 지금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소장이다.

 


'말갑옷 원형 유물 최초' 언론에 대서특필

당시 최헌섭, 이주헌(현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 등이 발굴에 참여했다. 해동아파트건축소장은 잘 아는 선배였는데 아파트공사가 늦어지면서 원망도 들었다. 그 자리가 자기가 살던 집터라는 얘기도 들었다. 발굴이 시작되면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어떤 유물이 나올까? 혹시 허당으로 동네만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됐다.

그런데 말갑옷이 최초로 원형모습으로 발굴되는 등 철의 왕국 아라가야의 신비가 밝혀지는 계기가 됐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고구려 고분군벽화에 나오는 말 안장 밑 갑옷과 같은 것이라며 전국에 방송되고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후 아라가야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나도 인터뷰했다. 대학 은사인 조유전 교수님의 격려를 받았을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여러 사람에게서 말갑옷 제보자라는 인사를 받을 때는 고맙고 신이 났다. 함안박물관에서 말갑옷 해설사들이 주민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 갑옷이라며 나와 병춘이의 얘기를 한다고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다

지난해 정금효 함안군의회 부의장과 장종하 도의원의 주선으로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물론 병춘이도 함께 받았다. 그는 지금 40대 중반의 직장인이다. 우리 아이들도 당시 신문기사 스크랩을 사업장에 걸어두고 자랑스러워 한다. 가끔씩 그때를 다루는 기사가 나오고 기자들의 연락을 받을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남도보인 경남공감에서 가야유산기획을 다루고 이렇게 기고까지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말갑옷 복원도 마무리 단계에 들었다 하니 반갑기만 하다. 녹슨 쇳조각 한 편이, 28년의 세월을 거쳐 나라의 보물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운명적 만남이 쇳조각을 보물로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그 쇳조각이 뭐라고 병춘이는 배달자전거에서 내려 줍고 이게 또 어떻게 나의 마음을 움직여 전문기관에 제보를 하게 되고. 참 모든 것이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학구열이 남달랐던 헌섭이도 고마울 따름이다.

대학시절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화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이 말갑옷의 출토로 1600년 전 아라가야와 현재 함안의 대화는 내일의 함안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지금 정부가 가야사를 재조명하고, 함안군에서 예산도 많이 확보해서 아라가야의 왕궁지 복원도 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한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함안에서 나고 살면서 아라가야의 후손으로 선대의 잊혀진 역사를 발굴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안삼모   사진 함안군·국립김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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