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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다시 쓰는 가계부

 

 

퇴직한 지 9년 차. 그간 멈췄던 가계부를 올해부터 다시 쓰기로 했다. 제자로부터 새해 달력과 함께 가계부까지 한 권을 선사 받았기 때문이다. 몇몇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퇴직하고 별 소득도 없는데, 이제 와 무슨 가계부냐? 남자가 쩨쩨하게 무슨 가계부냐고 핀잔을 줬다. 쑥스럽기도 했지만, 기꺼이 한번 해 보려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한 친구는 자네도 기록해 봐. 아주 규모 있게 소비하게 되더라고라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무심코 지출하다 보면 얼마쯤 썼는지는 알지만, 어느 항목인지는 알 길이 없다. 가계부를 기록하다 보면 세부 항목까지 적게 되어 어느 분야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제 지출 항목이 그리 많지도 않아 하루 지출을 기록하는데 1~2분이면 충분하다.

 

사실, 각종 세금 날짜와 카드 결제일이 달라서 날짜를 어기거나 청구서를 재발급받기도 했다. 과태료와 가산금도 제법 내어서 다음엔 안 그래야지하고 다짐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어기기 일쑤였다.

오래전에도 가계부를 쓴 적 있었다. 한 번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일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둘 다 술에 취해 돈을 빌려줬느니 안 빌렸느니 하면서 언성을 높여 다퉜다. 옥신각신한 끝에 증거를 대라고까지 감정이 격해졌었는데, 혹시나 해서 가계부를 펼쳐보니까 그 항목이 그대로 적혀있는 게 아닌가. 친구에게 보여 주고 정중히 사과받은 적이 있다. 하마터면 오해로 우정에 금이 갈 뻔했던 일이었다.

 

지금은 적금과 예비비까지 예산계획을 세우며 쓴다. 연체료를 내는 일이 없어서 그런 일로 마음고생을 안 하게 됐다. 퇴직하면 수입이 줄어 조금의 연체료도 아껴야 한다. 소비가 미덕이 된 세상이 된지 오래지만, 지나친 소비는 경계해야 한다. 과소비하면 책임도 져야 하기에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이 필수다. 삶에 있어 자신의 신용도를 높여야 한다.

남녀 구분 없이 가계부를 쓰도록 하자.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선 차계부부터 써도 좋겠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생활을 위해 가계부부터 쓰는 일에 남성들도 동참했으면 한다.

우정렬(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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