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인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칸 영화제.
최근 이 영화제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세계 영화의 중심에 선 K-Movie.
칸을 꿈꾸는 경남의 청년 영화감독이 영화를 말한다.
글 김미영 사진 유근종
일상을 담아내는 20대 경남 영화인
경남에서 활동 중인 영화인을 물색하다 지난해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 사업’에 참여한 작가와 연결이 됐다. 양산의 한적한 카페에서 이재경(26) 감독을 만났다. 그가 내놓은 위 사업의 공개 발표작은 <청소부, 수민>이다. 20대 여성 청소부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가 현실에서 흔치 않은 사례라 신선하다. “평소 특정 직업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청소부’라는 직업이 항상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꼭 한번 영화의 소재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이 감독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직업이 곧 그 사람이라는 등식은 견고하다.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낸 이 작가의 눈은 평범한 일상으로 향한다.
다양한 영화적 경험, 장편영화 제작 꿈꿔
<청소부, 수민>은 1년의 제작 기간, 700만 원의 제작비와 2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된 12분짜리 단편영화다. 배우 모집 커뮤니티를 통해 캐스팅을 확정하고, 선후배들이 품앗이하듯 스태프로 참여해 제작비를 절감했다. 이 감독은 “한 빌라 입구에서 로케이션 촬영 중 주민 신고로 쫓겨나는 신세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청천벽력 같았는데 지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입니다”라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촬영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듣고 보니 20명이 넘는 인원에 출연진은 마스크도 벗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올해 일상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우로도 참여하며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쌓고 싶단다. 장편영화 제작을 향한 이 감독의 도전과 꿈을 추앙하며 극장에 개봉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지역과 영화의 동반 성장, 해답은 지속적인 노출
지난해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 사업’의 영화 분야 참여자는 이 작가를 포함해 둘뿐이었다. 그만큼 지역 영화의 인프라는 열악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능력 있는 영화인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심화하고, 지역 영화는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다. 이 감독은 경남도의 ‘청년예술인 발굴 지원 사업’이 지역과 영화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250만 원의 개인 지원금도 <청소부, 수민>의 후반작업에 요긴하게 사용됐다. 시나리오 공모전, 영화제, 워크숍 등 영화 관련 행사의 지속적인 노출이 해답이라며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인다.
미니 인터뷰
영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정진혁(27) 감독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현재 부산에서 영화제작사 ‘시네마루’를 동료 영화인과 운영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있다. 연출뿐 아니라 여러 분야로 영화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그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Q. 경남도의 지원을 받은 <하루>는 어떤 영화인가.
하루 동안 세 가지의 단상을 엿볼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다. 지원금을 받고 동료 영화인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내가 맡은 부분은 결혼식 하객 리스트를 작성하는 짧은 순간, 관계에 대한 경중을 고민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Q. 그동안 제작·참여한 영화와 그 성과는.
연출작 <담>, <물의>와 촬영·조명감독으로 참여한 <과정의 윤리>, <정순> 등의 작품이 있다. <물의>는 2019년 부산독립영화제 본선에 진출, <과정의 윤리>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분 진출작이다. <정순>은 얼마 전에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받고 극장 개봉을 준비 중이다.
Q.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영화의 콘티 작업과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한다. 내가 구상한 영화적 그림들이 영화의 콘셉트를 확인하게끔 해주는 일이 즐겁다. 그래서 평소 미술 작품들을 많이 챙겨보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
Q. 최종 목표·꿈은.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힘에 매료되어 영화인의 길을 걷고 있다. 가능한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게 꿈이다. 그 작품을 많은 사람이 봐주는 것,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