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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책]일보러 갔다가 쉬고 갑니다

행정복지센터의 공간혁신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

지난 20181월 세계는 또 한 번 공간의 위력을 절감했다.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 본사에 혁신적인 업무 공간 더 스피어스를 공개했을 때다. 7년간 42820억 원을 들여 지름 40m 유리공 3개를 연결한 모양이다. 거대한 정글을 연상하듯 400여 종 4만 점의 식물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게 일터라는 게 놀랍다. 3700(1120) 크기의 공간에 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고공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배송부문 등 신규인력을 10만 명이나 채용하고, 4월 말까지 시급을 지금보다 2달러 이상 인상하겠다는 파격선언을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아마존의 고공성장 배경에는 공간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고 보니 거제의 정글돔이 더 스피어스와 닮았다.

 

 

 


 

공간혁신 모델 경북 풍기읍행정복지센터

사람() 구조로 소통 강조

발상의 전환, 공간혁신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멀리 있으면 남의 일이 된다. 취재진은 좀 더 가까이서 주변에서 사례를 찾기로 했다. 경북 영주의 풍기읍행정복지센터가 대표적 롤 모델로 통한다.

이곳은 대지면적 6311가운데 16%(건폐율)만 건물이 세워졌다. 2층을 합쳐도 21%(용적률)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공간 전체가 뻥 뚫렸다. 답답함이 없다. 2013년 기준 44억 원이 들었다. 마당에는 차량 47대가 주차할 수 있고, 특이한 모양의 태양광발전소(30)로 볼거리를 추가했다.

고정관념을 깬 풍기읍행정복지센터는 발주처, 사용자, 설계자와의 무수한 협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하늘에서 보면 사람 ()자 모양으로 출입구가 세 곳이다.

1층 업무공간은 가운데에 민원인 대기공간을 마련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직원 25명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2층 데크도 세 곳으로 나눠 공연, 전시, 전망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다함께 세운 혁신 주민센터는 주민과의 소통, 주민의 쉼터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전국 규모의 디자인 대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밀양시 초동면행정복지센터 공간혁신 첫선

전에도 조그만 도서관이 있었지만 앉아서 책을 보기는 불편했습니다. 이렇게 바꿔놓으니까 편안하게 앉아서 마음의 양식을 얻어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저는 행정복지센터가 우리 면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외부에서 와서 이런 문화공간을 본다면 면 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이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예산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들을수록 진정성이 느껴졌다. 밀양시 초동면주민자치위원회 이영자(59) 부위원장은 새롭게 단장한 초동면행정복지센터에 대한 소감을 줄줄이 읊어냈다. 3473명의 주민이 사는 동네에 카페 하나 없었는데, 면사무소가 주민 카페가 됐다며 반겼다. 밀양의 오지인 초동면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움츠러들었던 기가 살아난 것 같다며 이제는 체면이 선다고도 했다.

초동면행정복지센터는 지난해 경남도의 혁신 주민센터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2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경남도비 1억 원, 밀양시비 1억 원씩을 받았다. 1988년에 지은 1, 2층 구조의 옛 건물은 주민과 직원 모두에게 늘 불편했다. 쉬는 공간은커녕 일을 보는데도 항상 걸림돌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적은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 머리를 맞댔다. 이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여론을 모아서 전달했다. 직원들의 요구도 당연히 반영했다. 이렇게 선정된 리모델링 대상은 업무공간과 주민회의실(작은 도서관), 상담실 등 3.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는 인제대 건축학과 이장민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6월 업무공간 공사를 시작으로 문화공간(도서관, 쉼터, 셀프카페 등) 공사까지 차례로 마무리했다.

 

 

일보러 왔다가 쉬고 갑니다직원·주민 만족도 상승

업무공간은 민원인 접촉공간과 직원 사무공간으로 분리했다. 민원인창구대를 전면에 배치했다. 눈에 익은 구조인데도 여기는 2020년에야 새롭게 도입됐으니 그동안 주민과 직원들의 불편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새롭게 단장한 것은 물론이다.

업무공간 좌우는 문화공간이다. 먼저 오른쪽에는 도서관, 셀프카페, 회의공간을 모았다. 책장만 있었던 이전의 민원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부위원장이 이제 체면이 선다고 했던 그곳이다. 추천도서는 따로 비치했고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담소를 나누어도 부담이 없는 분위기다. 9시까지는 야간 카페로도 활용된다.

박경덕 면장은 작은 도서관의 산파역을 맡아서인지 더 애정이 깊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협의해서 주말에도 개방하는 방안을 세워보겠다고 밝혔다. 왼쪽 탕비실과 주민상담실을 안내하던 전현희 주무관은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올라갔다며 스스로 공간혁신의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마당에서 보니 낡은 건물 외벽이 그대로여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남도 2021년 혁신 주민센터 재구조화사업

120억 편성

경남도는 지난해부터 혁신 주민센터 재구조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초동면행정복지센터는 시범 사업지 6곳 중 한 곳이다. 2021년 새해에는 재구조화 사업을 규모별로 나눠 진행한다. 기존 재구조화사업에 소규모 소통공간 사업을 추가하고 전체 예산도 120억 원으로 확대했다. 전체 과정은 공모로 진행하고 철저하게 주민여론을 바탕으로 공공건축가와 함께 추진한다. 경남도는 매주 총괄건축가를 중심으로 사업 전체를 감독하고 있다.

공공건축가인 인제대 이장민 교수는 행정복지센터의 공간혁신을 위해 2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공무원의 열린 마음, 즉 업무 편의성보다 민원인의 접근성을 먼저 생각하고, 둘째로 작은 도서관에도 디지털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행정복지센터가 4차 산업혁명의 동반자 기능까지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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