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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고려 유민의 충절이 깃든 함안 고려동 유적지

 

대부분 고장이 충절의 고장임을 내세우지만,

함안이야말로 고려, 조선을 걸친 충신이 즐비한 고장이다.

임진왜란 당시 처음 의병을 일으킨 곳이자 3·1독립만세운동의 시작점인 지역 역사가 그 증거다.

그중에서도 고려를 향한 충절의 대명사 이오(李午) 선생의 은거지,

고려동 유적지(경상남도 기념물 제56)’는 함안 기개의 진수를 보여준다.

백지혜 사진·동영상 김정민

 

 

600년을 살아온 함안 고려동

구불구불 한참을 돌아들어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에 도착했다. 4월 중순에 찾은 조용하고 깊숙한 마을은 봄기운을 그대로 품어 포근하고 안온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김동출 문화관광해설사는 이곳이 600년 세월을 간직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마을을 걸어 들어갔다.

고려동 유적지는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였던 이오 선생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터를 잡은 은거지다. 고려동의 총 면적은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다. 6·25때 소실된 후 재건한 영향도 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경계로 삼는지가 명시돼 있지 않아서다. 대략 8442규모로 추정된다. 당시 담장을 넘지 않고도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일군 논과 밭(99000)까지 포함하면 면적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논과 밭은 지금도 농작물을 키워내고 있다.

건물은 종택을 제외하고 모두 11채다. 선생이 나라 잃은 회포를 달래던 자미단(紫薇壇)과 후손이 지은 자미정(紫薇亭), 율간정 등이 있다. 선생은 아들에게 조선왕조에 벼슬하지 말 것과 자기가 죽은 뒤라도 자신의 신주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도록 유언했고, 유지를 받든 후손들은 196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다.

 

고려 유민의 충심이 담긴 담장과 자미화(紫薇花)

함안군의 가장 오래된 읍지 <함주지>에는 고려동 유적지가 모곡리에 자리 잡은 연유와 자미화에 얽힌 기록이 나온다. “이오 선생은 새 조정인 조선에 반대해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황해도 두문동에서 결의한 ‘72중 한 사람이다. 낙향 후 밀양에 살다가 처가가 있는 의령으로 이동하던 중 이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온몸을 바쳐 붉은빛을 내는 자미화(배롱나무꽃)가 고려를 향한 자신의 단심과 같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선생은 그래서 고려동 내 건물들에 자미단, 자미정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나 보다. 매년 7월경이면 흐드러지게 핀 600년 수령의 자미화를 볼 수 있다. 이오 선생의 충절이 투영된 붉은 자미화, 슬프도록 아름답게 필 초여름이 기다려진다.

고려동 주위로 단아하고 반듯한 담장도 눈에 띈다. 세월의 풍상을 켜켜이 담은 담장은 공간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끝내 조선에 나서기를 거부했던 선생 유지를 받든 고려 유민들의 정신적 경계이기도 했다. 담 밖은 새 왕조의 땅일지라도 담 안 만큼은 고려 유민의 거주지라는 의미를 담아 마을 입구에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고려의 모습

종택 정문을 통해 들어간 내부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담장 아래 핀 키 낮은 예쁜 꽃들은 철마다 선조들의 절의(節義)를 나그네들에게 알리는 듯했다. 종택 툇마루 위는 얼마나 쓸고 닦았는지 먼지 하나 없이 반질반질 윤이 났다. 21세기와 과거가 공존하는 모습이 새롭기 그지없다. 시대를 초월한 후손들의 정성에 감탄할 뿐이다. 고려동에는 효부의 전설이 깃든 우물도 있는데, 선생의 손부 여주 이씨가 몸이 아픈 시어머니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자 전복이 나왔다고 해서 복정(鰒井)’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들여다보니 지금도 제법 물이 차 있다.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이 버거워질 때마다 600년 시공간을 충절과 충효로 지켜온 고려동이 자주 생각날 것만 같다.

 

함안군 체험관광 프로그램 운영 중

함안군은 고려동 유적지 마을에서 고려시대 의복, 음식 등을 체험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시대 의복을 입고, 고려시대 음식을 맛보는 것은 물론 전통 놀이도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이 입는 고려시대 의복은 이오 선생의 조부 이소봉의 정2품 의복과 성균관 유생복, 정부인 의상과 장신구 등으로 전문가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

체험 음식은 고려전답에서 자급자족으로 생산된 연으로 만든 연잎 밥 한상이다. 고려인의 호연지기를 배울 수 있는 활쏘기, 투호 등 체험도 있다. 모든 체험은 마을 주민이 만든 고려동 협동조합 주관으로 평일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둘러보면 좋을 함안 여행지

 

 


입곡군립공원

고려동 유적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공원이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저수지를중심으로 협곡을 이룬다. 수려한 자연풍광과 형형색색의 바위, 기암절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산책로가 최고의 힐링 코스다. 무빙보트와 아라힐링사이클을 타면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나루 생태공원

시간을 조금 더 들여 함안 강나루 생태공원에 가 봐도 좋다. 낙동강을 끼고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이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특히 봄이 되면 42에 걸쳐 청보리가 펼쳐지는데 이 광경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작약 군락지가 있고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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