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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내 인생의 책 한 권】 장주(莊周)의 <장자>

 

 

10여 명 되는 모임에서 철학자 연구를 했는데, 내가 장자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자를 접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낯선 신선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듯 즐거워하며 무릎을 쳤다. 과연 조선시대 귀양 가는 선비들이 <장자>를 지니고 가면 새 사람으로 살아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나의 처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조선 오백 년 간 통치이념이었던 유학(儒學)과 광복 후 서양식 교육의 도입과 획일화된 교육으로 나의 인식 체계와 무의식의 세계는 손발이 묶여 담장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장자는 나를 묶고 있는 끈을 풀고, 담장을 허물고, 철조망을 걷어 내어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유교 문화와 서양식 교육이 유()를 바탕으로 한다면, 노장(老莊)은 무()를 이야기하면서 각종 문화와 엄격한 규제에 찌들고 위축된 영혼을 흔들어 본래의 자연과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남화경>이라고도 하는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도가 사상가인 장주가 지었다고 전한다. 장 선생이 생존한 시대는 기원전 2~3세기다. 맹자보다 조금 늦지만 같은 시대 사람이다. 책은 내편, 외편, 잡편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오랜 기간에 수많은 사람을 통해 읽혀 내려오면서 외편과 잡편 일부는 장자의 저술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런 문제에 개의치 않고 읽어도 좋다. 장 선생은 나를 동굴 밖 다른 세상으로 구출한 좋은 친구요 존경하는 스승이요 첫사랑 같은 존재다.

 

- 조평래 명예기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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