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고맙다, 만 원짜리 의자야!

밤마다 다리 저림과 통증으로 고생하던 팔순의 엄마가 재작년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다.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아서 좋다던 엄마는 수술 3개월만에 집 계단에서 미끄러져 팔목에 철심을 대고 또 한 달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무릎 재활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지 쪼그려 앉기를 못할 뿐 아니라, 척추 협착까지 더 심해져 5분 이상 걷기가 힘드시다.

 

이런 일련의 사건사고 속에서 내가 했던 일은 정말 한심스럽다. 위한답시고 불평어린 잔소리만 늘어놓았다.

엄마, 가만 앉아 있어. 그냥 말로 시키면 내가 다 할게.”

안 돼. 그렇게 앉지 말고 허리 빳빳하게 펴고 앉아.”

절대 쪼그려 앉아서 손빨래 하지 마.”

미끄러우니까 밖에 나가면 안 돼.”

이렇게 안 돼!’만 외치던 내게 엄마가 한 마디 했다.

자꾸 하지 말라고만 하면 내가 무가치한 사람이 된 거 같잖아.”

 

엄마의 눈물 섞인 항변은 내가 살면 뭐하누란 뜻을 담고 있어서 적잖이 놀랐다. 엄마는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분명 최선을 다하고 계셨다. 순간순간 칭찬도 인색했고 제대로 도울 수 없는 미안함을 불평과 잔소리로 대신했을 뿐 아니라, 상처까지 드린 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얼마 전에 직계 가족 7인 모임이 허용돼서 엄마 생신을 맞아 마산으로 갔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욕실 의자로 쓰기에 적당한 것을 발견해서 사다 드렸다. 엄마 집 화장실에 있는 목욕탕 의자는 너무 낮아서 앉았다가 일어설 때 힘들 것 같아서였는데, 엄마도 엄마지만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셨다.

높이가 높아서 이 닦을 때도 앉아서 해보니 정말 좋고, 접이식이어서 엄마랑 밖에 나갈 때도 길에 앉힐 수가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엄마는 어른용 유모차를 창피하다고 안 쓰려고 하신다. 아버지는 이번 코로나백신 접종하러 갈 때도 가져가면 되겠다고 하시며, 전화할 때마다 의자 얘기를 하신다. 만 원 남짓한 의자가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부모님이 좀 더 평안했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또 배운다.

 

 

옥현숙 (서울시 영등포구)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