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전술

이순신의 전술 중에서 대다수 해전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화공전술(火攻戰術)이다. 화공전술이란 화기를 이용하여 적선을 불 태워 침몰시키는 전법으로 철선이 개발되지 않은 전근대시기 대부분의 해전에서 보이는 일반적 전술이었다. 이를테면 당시 모든 배들은 목선이었고, 따라서 불에 약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울러 오늘날과 같은 자체 폭발에 의한 파괴력을 가진 피사체가 없던 당시로서는 화공전술이야말로 적선을 격침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전법이었다.

이순신은 옥포해전 때부터 “왜선 30척을 불태우니 연기가 하늘을 덮었으며”라는 기록과 같이 화공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해전인 1598년 11월의 노량해전에서도 “적선 200여 척을 불태우고 죽이고 노획한 것이 무수했으며”라는 기록에서 보듯이 7년 동안의 해전에서 화공전을 일관되게 사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항포해전에 관한 기록에는“火箭으로 누선의 돛을 쏘아 불을 지르자”라는 기사가 있다. 이때 사용한 화전이라는 것은 그 전의 사천해전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신기전을 활용하여 적의 살상과 방화에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자료 외에도 많은 기록에서 이순신이 화공전술을 구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노량해전 때에는 “불 붙은 나무를 마구 던져 적의 배를 연소시키니 적이 견디지 못하고 관음포 항구로 몰려 들어갔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이 화공전술은 적에게 어떤 타격을 주었을까? 우선 적의 배는 모두가 목선이므로 불에 닿으면 곧 불이 붙어 싸움보다 불에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적들은 모두 개인화기인 조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 안의 화약에 불이 닿으면 쉽게 폭발되어 삽시간에 불이 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무공전서』의「시장」에 기록된 다음의 당포해전 관련 기사를 통해 볼 때 이를 입증할 수 있다.

공은 잡아온 적의 층각 배를 앞으로 내어놓고 적들과 1리쯤 떨어진 곳에서 불을 지르니 배 안의 화약이 폭발하여 큰 소리와 불꽃이 진동하자 적이 또 패하여 달아났다.(『충무공전서』권10, 부록2 이식 찬,「시장」)

이 화공전술은 적중하여 매 전투마다 적들은 크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공전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당시 전선에 탑재되어 있던 총통 등 대형화기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결국 적들은 배에 불이 붙게 되면 당황하게 되고 조선 수군은 사기가 올라 훌륭한 전투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