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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맛!

[음~ 이맛!]한여름 보양식 어탕

‘찐찐 찐이야~’

 

 

일찌감치 뜨거워진 날씨가 연일 뉴스거리다. 지난달부터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올해 더위가 맹렬한 기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폭염일수가 평년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도 나왔다. 무더운 여름을 잘 나려면 잘 먹어야 한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보양식으로 어탕을 추천한다.

 

추억 소환하는 전통음식 

강이든, 개천이든 물만 있으면 물고기들이 있었지요. 한겨울 빼고 물에 들어갈 만하면 고기잡이는 놀이나 한가지였어요. 족대하고 그물망으로 잡아서 비늘 치고, 고아 먹었어요. 천렵인데, 그 맛을 못 잊겠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개죽이나 한가진데 먹고 나면 든든했거든요.”

어탕 경력만 22년이라는 함안어탕의 정택효(61) 사장의 얘기다. 함안군 가야읍 출신인 정 사장은 마산역 앞에서 어탕집을 오래하다 2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손맛 좋은 아내 김우필(62) 씨 덕에 지금까지 어탕집을 잘 꾸려오고 있다고 아내 자랑을 한다. 고향에 식당을 차리고부터는 형수와 제수까지 합세해야 할 정도로 번창하고 있는 운 좋은 사나이다.

어탕은 어디랄 것 없이 물가면 다 먹던 음식이지만, 경호강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 특히 유명하다. 대체로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잡어를 푹 고아낸다. 그런데 정 사장네 함안어탕은 붕어만 고집한다.

함안산이냐?”고 물으니, 장사할 만큼 안 잡힌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단다. 덩치 큰 붕어라야 국물 맛이 진하다는 것이 정 사장의 지론이다. 적어도 30cm는 돼야 곰솥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속 편하게 술술 넘어가는 보양식

“3년 단골이 있는데요. 어느 날 제가 그렇게 드셨는데 물리지 않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어탕은 영양가도, 맛도 최고라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하시대요. 알고 봤더니 위암수술한 분이었어요.”

예로부터 환자식, 회복식으로 장만하던 음식이라 소화가 잘된다는 것은 경험상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단다. 소문난 어탕집답게 112석의 정 사장네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손질한 붕어는 참기름을 듬뿍 바른 곰솥에 넣고 달달 볶는다. 붕어가 참기름을 바르고 꼬신내가 진동할 때쯤 물을 자작하게 부어 센 불에 2시간여 곤다. 식힌 후 체로 받쳐 국물을 곱게 내린다. 끓일 때 물을 많이 부으면 맛이 덜해 아무래도 부재료를 많이 쓰게 되는데, 진하게 우려낸 어탕에는 부재료가 단순하다. 이 집에서는 잘게 쓴 방아잎과 깻잎, 콩나물, 간 마늘이 전부다.

비린내를 잡고 깊은 맛내기로 들어가는 부재료로 정말 그게 다일까? 주방에 지키고 섰는데, 눈에 띄는 게 있다. 간 마늘 양이다. 어탕 한 그릇에 한 종지의 마늘이 들어간다. “마늘이 몸에 좋잖아요? 이 정도 들어가야 어탕 맛도 살립니다.” 주방장 김우필 씨의 말이다.

 

어탕국수냐 어탕밥이냐 고민

에 오른 어탕국수에는 간 마늘이 마치 밥알처럼 흩어져 있다.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 맛을 더하거나, 제피가루를 쳐서 알싸한 향을 더한다. 국수는 어탕에 넣고 끓여 걸쭉하고 부드럽다. 밥이 좋은 사람은 국수 대신 어탕밥으로 먹으면 된다. 국수냐, 밥이냐 그것이 고민이라면 어탕국수로 먼저 먹고 밥을 말면 되겠다.

술술 넘어가는 국물이 곧바로 이마의 땀으로 번진다. 금세 한 그릇 뚝딱이다. 곁들인 미꾸라지튀김으로 고소하게 씹히는 맛도 즐긴다. 단출하지만 모자람 없는 보양식 상차림이다.

어탕을 사발째 들이켜는 취재진에게 국물 맛이 진국이지예?” 한 손님이 웃으며 묻는다. 붕어를 고을 때 물의 양을 적게 잡으면 비린내와 흙내가 잡힌다는 단순한 노하우가 웬만한 고기곰탕 저리 가라일 정도의 진국을 만들었다.

 

얼큰한 맛은 메기찜·매운탕으로

어탕집의 메뉴에 빠지지 않는 얼큰 메뉴는 민물고기찜과 매운탕이다. 이 집에서는 메기찜과 메기매운탕으로 매운맛 즐기는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무청시래기를 깔고 바짝 조려낸 메기찜은 생선조림처럼 살 발라먹는 재미가 있다. 경상도식으로 벌겋게 얹은 양념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키게 한다.

매운탕 역시 30cm 정도 크기의 메기를 쓴다. 감자와 무를 깔고 멸치육수를 부어 끓여낸다. 양념으로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후춧가루에 된장을 많이 쓴다. 잡내를 잡고 구수한 맛을 내는 데는 고추장보다는 된장이 좋단다. 면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제비를 뜯어 넣어 밥을 대신해도 된다.

취재협조 함안어탕 함안군 가야읍 삼봉로 589 055)585-3989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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