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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우리작은도서관’ 자랑 좀 할게요!

24년 된 아파트의 품격, 진주 하대현대아파트

 


집집마다 밥숟가락 숫자까지 다 안다던 시절이 있었다. 절반의 국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래·위층에 누가 사는지 정도만 알아도 친근한 이웃인 시절이 됐다. 경남도는 약해진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24‘2019 아파트공동체의 날행사를 개최했다. 8개 아파트가 경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진주시 하대현대아파트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유휴공간을 도서관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 주민들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니스장, 농구장도 주차장이 된 아파트

1996년 입주한 하대현대아파트는 1108가구 3600여 명이 살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 건령 24년째인 아파트는 시대 변화에 따라 주차공간 부족에 시달렸다. 그나마 주민 소통공간이었던 단지 내 테니스장과 농구장도 주차장이 됐다.

도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우리작은도서관 커뮤니티’. 처음 사업을 제안한 이는 퇴직 후 동 대표를 맡고 있던 황영란(66) 씨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황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현관 앞에 서서 20~30분씩 얘기를 나누는 입주민들을 보고 공동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마주치는 낯선 이웃에 당황하는 자신이 스스로 놀랍기도 했다.

  


입주자대표실이 주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예전같이 한 달에 한 번 하던 반상회도 없어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안면이라도 트고 살아야 되지 않겠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함께 쓸 수 있는 효용적인 공간으로 도서관이 제격이었다.”

현재 황 씨는 아파트관리사무소 2우리작은도서관 커뮤니티’(이하 도서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82규모의 도서관은 입주 초기부터 입주자대표회의실로 사용되던 곳. 회의 때만 잠깐 열리고 창고처럼 방치됐다. 입주자대표들은 황 씨의 제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리모델링 비용 1억 원은 경남도의 ‘2019 도민주도형 주민참여 예산사업에 선정되면서 해결됐다. 두 달여 공사 끝에 지난해 1226일 개관, 1월 현재 하루 30명 정도가 이용할 정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도서관 운영은 주민 봉사로 이루어진다.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많은 주민들이 이미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돌봄, 취미모임, 회의실 등 다용도 활용

은퇴자와 전문직 주민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맞벌이나 외벌이 가정의 보육도우미, 숙제도우미, 취미모임 운영 등이다. 도서관은 입주민 사랑방 역할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목적에 따라 재배치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김신욱(64)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속적인 도서 공급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인근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비치하는 방법, 주민들의 기증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늘 새로운 읽을거리가 있는 알찬 도서관으로 운영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면서 하대현대아파트 공동체는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때 입주민이었던 인근 병원장이 신간도서 기증에 나섰고, 동네 빵집에서도 책 읽는 어린이들에게 쿠폰을 지급하면서 공동체 활성화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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