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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계란가게 노총각 박재효 씨 알고 보니 헌혈왕이었네

 

사랑의 헌혈에 동참하여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하신 귀하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증서를 드립니다.’

이 같은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증서만 무려 322. 지난 17년간 이어진 헌혈릴레이지만 돌아서면 또 헌혈이 하고 싶다는 헌혈왕 박재효(44) . 창원 헌혈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 받아

내 몸만 건강하면 10~20분만 투자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함안에서 달걀 도매업을 하는 박재효 씨는 헌혈왕으로 통한다. 지난해 1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을 받았다. 300회 이상 헌혈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헌혈과의 인연은 너무 단순했다.

“2003년 부산에 있는 대학원을 다닐 때였어요. 하루는 함안행 시외버스를 기다리다 시간이 남아서 헌혈의 집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죠.” 

그는 2주에 한 번씩 혈소판이나 혈장을 주는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 시간은 일반 헌혈(전혈헌혈, 10~15)보다 5~6배 길지만 자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혈헌혈은 두 달에 한 번, 성분헌혈은 한 달에 두 번 가능하다. 헌혈왕다운 발상이다.

처음에는 혈장 헌혈을 하다 혈소판 헌혈로 바꿨어요. 채혈 검사 담당자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헌혈하러 태어난 사람이라고요. 그때는 그 뜻을 몰랐는데 수치를 보니 다른 사람보다 혈소판이 2~3배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박 씨가 지금까지 기부한 헌혈량은 130L가 넘는다. 백혈병 환우들이 주로 수혈받는 혈소판은 200팩 넘게 헌혈했다. 지난 2018년 어깨 수술로 1년간 헌혈을 중단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그의 고백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백혈병 앓은 환우에게 감사 인사받아

함안에는 헌혈의 집도, 헌혈 차량도 없다. 창원까지 일부러 헌혈을 하러 왔다 갔다 하면 반나절이 걸린다. 계란 배달도 뒤로 미루어야 한다. 그래도 그는 힘들지 않다 한다. 헌혈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두고 헌혈 중독이라는 가슴 아픈 지적도 있다.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멈추지 않겠다 다짐하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창원 헌혈의 집에서 만난 40대 백혈병 환우 덕분이다. 그는 혈액 기부자들 덕분에 살았다며 아들과 함께 전국 헌혈의 집을 돌며 감사인사를 건네는 중이었다.

제가 헌혈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그분의 인사를 받았는데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일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죠.”

 

생명 살릴 수 있는 가장 편한 봉사활동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 미혼인 박 씨는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셨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헌혈증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도 접으셨고 자랑스러워 하신단다.

그는 자연스럽게 헌혈홍보대사 역할도 한다. 그가 회원으로 가입한 새창원JC(청년회의소)와 단체 헌혈에 나서기도 한다.

바늘이 무서워서 헌혈을 못하겠다고도 하는데 정말 1초도 되지 않거든요. 잠깐 따끔할 뿐이에요. 헌혈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에요. 특히 1~3월에는 헌혈자가 감소해 헌혈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그러니 1년에 1~2번이라도 헌혈을 하면 정말 필요한 곳에 잘 사용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하게 웃으며 전하는 그의 말에서 헌혈에 대한 믿음과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배해귀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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