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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거창실버연극 '애플스토리'…내 연극이 어때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야 한다

 

잎을 떨구기 전

단풍이 곱게 물드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 한승수 단풍이 물드는 이유중에서

 

11월 초 거창의 단풍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런데 단풍보다 더 고운 그들을 만났다.



아름다운 도전 애플스토리’, 감동스토리 되다

지난 1023일 금요일 오후, 거창문화원에서 기립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연극이 끝난 후였다. 커튼콜을 받고 나온 배우들도 감격했다. 그런데 모두 노인들이다. 평균 연령 75, 게다가 새롭게 등단한 실버연극단원들이다.

이날 공연된 애플스토리는 연극 그 이상이다. 거창의 특산물 사과를 소재로 원수지간이던 두 집안이 자녀의 결혼으로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이종일(68) 감독이 극본·연출을 담당했다. 주제가 선명했고 웃음과 감동, 조명, 소품, 음향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부모님의 무대를 보고 감격한 자녀들은 눈물을 훔쳤고, 손자·손녀는 꽃다발에 엄지 척까지 선물했다. 어느 누구도 연기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전업배우가 아닌 실버연극이 정식 무대에 오른 것은 경남에서 처음이다. ‘연극의 고장답게 신노년(新老年)의 거창하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끼와 에너지가 뿜뿜나이는 숫자에 불과

연극이 바꿔놓은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공연 10일 후, ‘애플스토리의 주역들을 만났다. 외모와 에너지로 연세를 점쳤더니 그게 기분 좋은 인사가 됐다. 젊게 봐줘서 고맙다며 오빠~”, “순자야라는 극중 호칭으로 서로를 치켜세웠다. 소년·소녀가 따로 없었다. 곧바로 무용담이 꼬리를 물었다.

5개월의 연습, 출석률 100%, 서로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달콤한 사과 같은 마음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셈이다. 아름다운 노년이다.


 

열정이 젊음을 만든다

연극이 아니어도 취미생활로 바쁜 어르신들이다. 최고령 오빠 신창성(83) 씨의 볼륨댄스 실력은 수준급이다. 신종수(80) 씨는 하모니카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정임(62) 씨는 화가, 김복희(73) 씨는 유과회사 CEO. 이런 열정이 건강한 노년의 비결인 듯하다.

이 감독은 젊을 때 이루지 못했던 연극인의 꿈을 위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노력하는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실버 배우야말로 풍부한 삶이 농축된 보석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플스토리는 이제 그들의 활력소가 됐다. 유명숙(69) 씨가 다시 한다면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김현진(75) 씨도 한 번 더 하고 싶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번 연극을 기획한 정윤순(46) 씨는 언제든 출격준비가 되어 있다며 출장공연을 선포했다.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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