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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집]연간기획⑧ 남부내륙고속철도를 달린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KTX 합천 여행
작성2019년 08월[Vol.77] 조회455

 

 

기차에 몸을 맡기고 잠시 쉬었을 뿐인데 언제인지도 모르게 도착한 합천, 경남서북부 산간내륙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올 수 있다니 상상조차 못했다. 역시 KTX가 빠르긴 빠르구나를 느낄 사이도 없이 우린 기차에서 내려야 했다.

- 남부내륙고속철도 개통을 가상한 기사입니다. -

 


이색 청와대 합천영상테마파크

역에서 가까운 합천영상테마파크로 향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세트장이지만 아이들이 근대 역사의 아픔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1920년대~1980년대를 재현해 놓은 볼거리가 많아 1시간 이상이 소요된 듯하다.

야외에 조성된 분재원도 눈에 띈다. 한국 고유의 정원과 어린이 시설을 갖춘 곳이다. 특히 길이 47m의 코끼리 미끄럼틀은 한국기록원에 등재된 국내 최장, 최대 미끄럼틀이다. 타는 순간부터 아찔함과 짜릿함의 연속이었다.

놀람도 잠시 모노레일을 타고 청와대 세트장에 오른다. 8만여 평의 정원테마파크 내에 지은 청와대 세트장은 실제 청와대의 65% 크기로 재현해 놓았다. 붉은 레트카펫을 밟으니 왠지 대통령이 된 듯하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1층 인왕실에 전시된 합천 8경 사진이 시선을 끈다. 총총한 별사진이 다음에 올 때는 합천의 밤하늘을 보고 가라 손짓한다. 2층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일 대통령이 되어서 사진도 찍으며 아이들의 꿈을 키워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합천댐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곳

합천은 댐으로도 유명하다. 댐을 건설할 때 수몰된 마을들은 지금 물밑에서 어떻게 지형이 바뀌어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거창의 세 개 면, 합천의 두 개 면 등 총 5개 면이 수몰되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합천댐과 합천호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을 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물의 소중함을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합천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많다. 한우, 돼지고기, 산채 정식 등 다양하지만 산간내륙인 만큼 자연산 송이버섯국 정식으로 결정했다. 우와! 도대체 반찬이 몇 가지인지!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나니 첫날 여행에 이런 만족감은 없었다.

첫날 밤을 보낼 합천해인사 옆 관광호텔 숙소로 이동했다. 90년대 초반에 지은 건물이라 아이들은 여기도 세트장이에요?” 놀란다. 하지만 외부모습과 달리 내부는 너무너무 깨끗했다. 계곡 물소리가 창안으로 울려 퍼진다. 숲속의 맑은 공기가 느껴지니 아이들도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합천해인사 소리길 팔만대장경을 품다

수학여행 그 시절 합천해인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는 그대로였다. 나만 변했을 뿐이다. 푸르른 초록의 물결이 반겨주는 해인사 가는 길에 새 길이 생겼다. 이름도 이쁜 합천해인사 소리길!

6km의 소리길을 걷다 보면 홍류동 계곡은 물론이고 길상암과 농산정도 만날 수 있다. 사실 꼬박 하루를 잡아야 숲길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소리길을 뒤로하고 천년고찰의 해인사로 향했다. 푸르른 자연과 인사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해인사 입구, 일주문을 지나 봉황문(천황문)이 보이고 해탈문을 지나면 비로소 대적광전(대웅전)이 나타난다. 그 옆 계단을 오르면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판전에 이른다. 세계문화유산 고려대장경판전이 있는 합천해인사, 이보다 더 좋은 문화유산 교육현장이 또 어디 있으랴!

 

불교와 기독교의 공존

대장경 테마파크 바로 옆에 고딕양식의 건축물이 보인다1909년 마장교회를 다니던 교인들이 세운 교회건물이다. 미국 북 장로교 선교사가 순회전도를 한 곳이기도 하다. 불교가 자리 잡은 해인사 옆에 이런 예배당(가야교회)이 있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조상들의 개방성을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1923년엔 신도가 3명밖에 되지 않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교회 바로 옆이 대장경 테마파크여서 두 군데를 돌아보느라 오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비운의 월광태자 마지막 흔적

대가야는 562년 멸망했다. 월광태자는 대가야 마지막 왕 혹은 태자로 전해진다. 그는 신라에 저항해 끝까지 싸우다 전사했고 최후의 싸움터가 지금의 월광사터요,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절이 바로 월광사라는 야사가 전해진다. 그런데 조선시대 대표적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야국의 태자 월광이 창건했다고 다르게 기록돼 있다. 월광사지의 동·서삼층석탑 두 탑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대가야시대를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의 여행 합천 묵와고가(黙窩古家)

합천여행의 필수코스 가운데 묵와고가도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유림에서 일으킨 파리장서 서명운동 당시 함경도 책임자였고 2차 유림단 의거 때 수천 석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내놓은 만송 윤중수의 생가이다.

이곳은 윤 장이 터를 잡고 인조 때 윤사성이 지었다고 하니 350년이나 지난 집이다. 그 뒤로 후손들이 대를 이어 기거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는데 총 여덟 채의 기와집 가운데 여섯 채가 남아 있다.

묵와고가는 이름처럼 잠잠하고 고요한 집이다. 세상이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이라면 이곳은 세상 밖 같이 고요하고 조용한 곳이다. 350년이나 지난 한옥이라 고즈넉함과 고풍스러움이 곳곳에 보여서 마치 조선시대로 들어간 느낌이 들 정도다.

 

왕따나무의 홀로서기

합천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왕따나무를 선택했다. 야로면 넓은 들판에 혼자 외로이 서 있는 느티나무이다. 왕따나무! 특별한 사연보다는 500년 이상 홀로 서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곳은 사진출사지로 더 유명하다.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왕따나무 아래 가족들과 함께 사진 한 장 남기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홀로서기를 배우는 깊은 사색의 체험장이랄까!

23일 바쁜 일정 탓에 미처 가보지 못한 합천의 명소들도 많다. 짧디짧게 느껴지는 여행을 마치고 운전 걱정 없이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하며 기차에 몸을 실었다. 

 

 

·사진 오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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