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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살갑고 정 넘치는 '겡상도'가 좋아

그동안 인천에 살다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곳 밀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하자마자 우리 부부는 아이가 피아노로 입시준비를 하고 있기에 아래위층 가족에게 찾아가 우리 집 사정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피아노를 좀 하는데 한밤중에 잠잘 때는 연주를 안 하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저녁에 피아노 좀 연주해도 되겠냐고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이다.

그러자 두 이웃은 흔쾌히 좋다고 이야기했다. 입시는 아이의 일생이 걸린 일이고, 또한 아이들은 원래 왁자지껄 떠들며 크는 거라는 말까지 해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 이웃들과 우리는 그렇게 흉허물 없는 사이로 지낸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이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갑자기 딸내미의 피아노 때문에 이사를 했노라 전화를 했다. 이유는 뻔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픈 딸의 연주 소리 때문에 아래층 주민이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딸이 피아노를 전공하게 될 것 같고, 특히 밤에 잠자리 들 때는 절대 연주하지 않을 것이며, 토요일과 일요일 한낮에만 할 것이니 양해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친구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갈까 하다가 그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길 것이 뻔하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는 날까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 아예 그런저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일반주택 1층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는 우리 집 피아노 소리를 굳이 마다하지 않은 우리 아파트의 이웃들이 떠올랐다. 피아노 소리를 내는 우리 집에 대한 이웃들의 이해와 배려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피아노 때문에 생긴 우리 집과 친구네의 이야기로, 도시생활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뭘까를 다시 한 번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경상도가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살가운 갱상도가 너무 좋다.

 

 

남보라(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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