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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할머니의 미소

동네에서 1남짓한 곳에 열리는 5일장. 매서운 날씨 탓에 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지름길이 바닷바람 드센 곳으로 이어진 탓도 있다.

한참을 바람과 씨름하며 도착했을 때는 철수하는 상인들로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이미 파장 분위기다. 남은 물건을 마저 팔고 가려는 상인들의 굵은 목소리가 겨울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장이 완전히 파하기 전에 목표한 고기를 사야 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시장 귀퉁이에서 고기 파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파장을 재촉하는 듯한 소란스러움에 압도된 탓인지 값 흥정이 쉽지 않아 고기를 사이에 두고 싸다, 비싸다를 반복할 즈음 무언가 알 수 없는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옆자리의 굴 파는 할머니의 눈길이었다.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할머니는 아까부터 이쪽을 계속 주시하고 계셨던 것이다. 차가운 바닥에는 팔다 남은 굴이 바가지에 반쯤 담겨 있었다.

할머니의 미소 띤 얼굴은 마치 이렇게 소리치는 것 같 았다.

보소, 젊은 양반! 굴이 싱싱해요. 오늘 새벽 바로 잡아왔어. 얼마 안 남았어. 싸게 다 줄 테니 얼른 사 가게!”

그 미소에 이끌렸을까? 나도 즉시 미소로 화답하며, 조금 전까지 흥정하던 고기 대신 할머니의 굴을 1만 원어치 사고 말았다. 흥정하기 위해 말이 오간 것도 아니었다. 단 한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할머니의 미소 띤 얼굴에 이끌린 나는 애초의 결심을 번복하고 고기 대신 굴을 사고 말았다.

굴 봉지를 들고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단 한마디 말을 나누지 않아도 미소로 통할 수 있는 넉넉함이 삶을 이끄는 지평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의 만남이야 다반사지만, 처음 만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미소. 그 미소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5일장 할머니의 미소가 장날하면 떠오르는 생각거리가 될 듯하다.

 

글  박 철 명예기자(남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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