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예구마을 뒤편 공곶이는 봄이 되면 꽃의 바다가 된다. 반들반들한 몽돌이 파도와 노닐고 샛노란 수선화가 상춘객의 발길을 붙드는 곳, 거제의 봄이 숨겨 놓은 마지막 명소를 찾았다.
수선화 곱게 핀 갯마을
산비탈 아래 터를 잡고 있어 공곶이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차는 예구항에 두고 20분 남짓 발품을 팔아야 한다. 두 갈래 중 가파른 산허리 길을 선택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숲길 중턱에 올라서니 예구포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내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바다 위로 치솟은 해금강이 아련하다.
노부부가 반평생 일군 바닷가 정원
노부부는 계단식 밭을 일궈 꽃과 나무를 심었다. 척박한 야산이라 농기계조차 엄두를 못 낸 채 호미와 삽, 곡괭이로 애면글면 가꿨다. 농원 전체 규모는 14만 8761㎡(4만 5000평), 그중 3만 3058㎡(1만 평) 경작지에 노부부가 보듬은 나무와 꽃이 대략 50여 종에 달한다.
수선화와 동백, 종려나무가 주를 이루고, 농원을 따라 손수 쌓은 돌담길과 돌계단 또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계절 관광지로 거듭날 준비 중
빼어난 풍경이 입소문을 타 찾는 이들도 제법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수선화 축제를 열었는데, 지난해 강명식 씨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공곶이를 가꿀 수 없게 되자, 거제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이곳을 정비했다.
4월 중순인 현재, 수선화는 지고 없지만, 수선화가 진자리에 코스모스와 백합을 심어 가을철 관광객을 불러들일 예정이다. 그러니 아쉬워는 말자. 파란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내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 등 주위 경치와 지천으로 깔린 몽돌은 사시사철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니 말이다.
공곶이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94-2
글 백지혜 사진 김정민, 경남신문 영상 이솔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