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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경남발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창원 진해구에 살고 있는 최은주(39) 씨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운다. 그중 7개월 된 수컷 고양이 브라우니가 얼마 전부터 발정이 났다. 집안 곳곳에 소변을 묻히고 다닌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탓에 가족 모두 스트레스가 컸다.

중성화 수술을 해야겠기에 여러 군데 전화를 했어요. 수술비용과 처치과정, 약값 등을 알아보려고요. 수컷이라 수술 당일 입원 없이 퇴원할 수 있다는 내용과 3일가량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비슷했지만, 수술비용은 다 달랐어요.”

3곳의 동물병원은 20만 원부터 35만 원까지 비용이 달랐다. 최 씨는 수술비와 약값이 병원별로 차이가 컸어요라며 수의사의 전문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 최초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시작

지난 10월부터 창원지역 70곳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 전국 첫 사례여서 관심도 높다. 취재진은 창원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 반려가족과 의료진의 반응을 들어봤다.

대기실에서 반려견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이주익(45) 씨를 만났다. 그는 진료비 표시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진료비 자율표시제가 시행되고 나니 편리한 점이 있어요. 접종비는 병원마다 다른 게 보통이에요. 지금과는 달리 진료 이전에 내가 찾은 병원과 다른 병원의 가격을 미리 비교할 수 있어 좋아요라고 했다. 지금까지 진료비에 대한 의혹이나 의심도 풀 수 있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쓰지 않을 것 같고, 병원마다 접종비와 진료비가 다르면 왜 다른지 물어볼 수도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라며 반겼다.

 

 

진료비 인하 기회 되기를

그런데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번 기회에 진료비 인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최근 겪었던 경험담도 한몫했다. “16살 된 페키니즈와 시추 믹스인 흰둥이를 키우고 있어요. 두 달 전에 종양이 있어서 큰 수술을 받았어요. 검사비와 수술비, 약값 등 총 250만 원 정도 들었어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며,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부분이죠. 그러나 아픈 강아지를 방치할 수 없으니 치료를 하지만, 아플 때마다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개와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가족 인구 1000만 시대이지만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사람의 진료비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아 1차 병원의 경우 30%만 내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100% 본인 부담이다.

 

 

진료비 투명성 높여, 신뢰도 회복하고 싶어

동물병원 측의 반응도 궁금했다. 진료비 자율표시제에 참여한 상아동물병원 엄상권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진료비 표시제를 부착한 후 손님들이 되레 물어봅니다. ‘진료비가 인하되는 건가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답을 하죠. 진료비는 진료하기 전 대부분 고지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진료를 받았으면 하는 거라고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엄 원장은 그동안 동물병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진료비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기회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또한 반려가족들이 원하는 진료비 인하 대책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소신 발언도 덧붙였다.

 

 

부가가치세, 소매 구입 문제 해결돼야

그런데 동물병원계의 고충도 털어놨다.

현재 동물의료는 사치재로 분류되어 진료비의 10% 정도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게다가 치료에는 동물용으로 연구된 인체용 의약품이 사용되지만, 도매점에서 사는 약사와 달리 수의사는 소매점에서만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수의사는 10% 정도 더 비싸게 의약품을 구입합니다. 이 두 가지가 우선적으로 개선된다면 동물병원 진료비를 20%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표준수가제 도입하면 동물의료비 일원화 가능

그는 병원마다 진료비와 수술비가 차이 나는 원인도 공개했다.

사람의 경우는 동네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4차병원으로 나눠집니다. 동물의 경우도 나눠지는 추세이긴 하나, 표준항목이 정해지지 않아 가격비교를 하는 게 맞지 않습니다. 동네 동물병원과 수술전문병원의 경우 진료비와 수술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병이라도 쓰는 약이 다르고 수술기계가 다릅니다. 그래서 진료 전과 수술 전에 사전 고지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병원마다 다른 수술비를 통일하려면 표준수가제를 통해 병원을 분류하고 표준항목에 대한 시가제를 조사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경남도 전역으로 자율표시제 확대

경남도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시제를 20218개 시, 2022년 경남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료비 표시항목도 20여 개에서 진료 표준화가 가능한 항목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경남수의사회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9월 발표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실행방안 3대 지원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3대 지원정책은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행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지원 조례 제정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사업 지원이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지원 조례는 조례규칙심의회에 안건이 상정되어 심의할 예정이며, 저소득층 반려동물 진료비와 등록비 지원, 반려동물 진료비 표시장비 지원은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시제를 20218개 시, 2022년 경남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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