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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황매산의 가을낭만 억새밭에서 별을 따다

작성2020년 11월[Vol.92] 조회335

 

 

2030세대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생뚱맞게 별 여행이 등장했다.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사람을 피하는 여행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별 여행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고 있다. 청춘만 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이 그리운 중·장년층도 가세했다. 은하수 출사지로 유명한 황매산(1108m)에는 돗자리 깔고 누운 별 바라기들이 등장했을 정도다.

 

 

황매산 정상주차장까지는 가볍게

산에서 별 구경이라, 그 별이 그 별이지, 도심에서 보는 별과 뭐가 다를까?’ 등산을 싫어하는 황 기자는 황매산 야행이 떨떠름하다. 안내자는 이윤상 작가. 이미 은하수 작가로 유명한 그는 은하수 촬영 시즌인 여름에는 거의 황매산에서 살다시피 한다. 눈 감고도 황매산 야행이 가능하다고 큰소리다. 황 기자도 눈 감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별 여행 핑계 삼아 황매산 억새여행을 가는 셈 친다. 그래서 일찌감치 오후 3시경 합천 황매산 정상주차장에 도착했다. 해발 850m에 있는 주차장까지 두 다리 쓰지 않고 차량으로 편하게 올랐다. 부드러운 능선 생김새처럼 인정스러운 황매산이다. 자정쯤 별이 선명하게 보인다니, 그때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주차장 아래 오토캠핑장에 텐트도 설치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황매산의 낮을 즐기기로 한다.

 

 

가을낭만 출렁이는 억새평원

오토캠핑장에서 정상부 황매평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등산로라기보다 산책로에 가깝다. 사람 발이 닿는 길을 빼고 황매산은 억새천지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억새밭은 부드럽게 빛나는 은색 바다. 넓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억새군락지가 파란 가을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제대로 가을낭만을 즐긴다.

별 관측지로 인기라는 해발 900m 지점 데크로드까지는 느긋한 걸음으로 30분 남짓.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촬영지, 산청 쪽 사면에 있는 황매산성까지 들락거리며 억새 풍경을 즐기더라도 40~50분이면 되는 거리다. 데크로드가 있는 황매평원 정상부까지는 돌멩이 하나 채이지 않는 깔끔한 길이다. 그 위에 황매봉은 바가지 엎어놓은 듯 볼록 솟아 있다. 나무그늘 없는 평원은 깜깜한 밤에도 걷기에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별이 좋아도 위험하면 안 되지요. 안전에서도 황매산은 최고예요.” 이 작가의 말에 공감. 캠핑장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방한복과 담요 등 야간산행을 준비했다

 

 

 

 

낮보다 황홀한 황매산의 밤

9, 낮 탐방으로 밤길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햇빛이 없으면 전등불이라도황 기자는 자연스레 휴대폰 손전등을 켠다. 발아래가 환해지고 등산로 양옆으로 낮에 봤던 억새가 희뿌옇게 비친다. 대신 머리 가까이 내려왔던 까만 밤하늘이 사라져 버렸다. 옅게 반짝거리기 시작하던 작은 별들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을 즐기려면 전등을 끄는 게 좋습니다. 워낙 잘 닦여진 길이라 별빛만 있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어요.”

이 작가의 말에 손전등을 껐다. 사라졌던 밤하늘이 총총한 별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별빛 비치는 밤길이 눈에 익자 여기저기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인다. 별 여행에 나선 탐방객들이 구부러진 길을 돌 때마다 나타난다.

사천에서 왔다는 이남인(38) 씨는 지난여름에 왔다가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온 참이란다. “여기는 별천지라면서 어릴 때 보던 밤하늘과 닮아서 정말 좋다. 9, 4살 아이들은 별이 정말 많아서 신기하다또 오고 싶다고 말한다. 핫플레이스여서 꼭 와보고 싶었다는 박영아(29·김해) 씨는 야행이어도 위험하지 않고 천체망원경이 잘 갖춰진 천문대와 다른 자연스러움이 설렘을 준다면서 연신 꿈속 같다고 감탄한다.

, 이제 해발 900m 데크로드에 도착했다. 밤하늘이 내려왔다고 해야 할까, 머리위로 별이 쏟아져 내린다. 별이 이렇게 많았던가, 누군가 옆에서 별소나기라고 탄성을 지른다. 꿈속 같다던 다른 탐방객의 말이 떠오른다. 환상적이다. 황 기자도 가족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지 않는 별 천지, 오토캠핑장

황매산이 별 관측지로 적합한 이유는 높은 고도에 탁 트인 시야, 불야성 같은 화려한 도시가 인근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숲이 없는 산이니만큼 바람이 세고 밤중 체감온도는 예보기온보다 10이상 낮다. 방한에 충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은하수는 여름철이 시즌인데요. 춥지도 않고, 여름이 딱 좋지요. 하지만 황매산은 사철 은하수 관측이 가능한 곳이에요. 겨울철에는 은하수 꼬리 부분만 보인다는 점이 좀 아쉽긴 합니다만, 대신 오리온자리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에 습도가 낮아서 맑고 투명한 밤하늘과 선명한 별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에 은하수 촬영을 시작했다는 이윤상 작가는 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든단다. 이 작가의 별 이야기는 촬영을 끝내고 캠핑장으로 내려온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별 여행객으로 가득 찬 캠핑장의 밤하늘에도 별은 지지 않고 계속 반짝인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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