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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전통시장에 부는 젊은 바람

진주 청춘다락·황금상점

 

청년 요리사들 ‘경쟁보다 상생’

진주중앙시장 푸드존 청춘다락

자그마치 134년의 역사를 지닌 진주중앙시장. 오래된 가게들을 지나 막다른 골목에서 앳된 얼굴이 반갑게 맞는다. 이곳은 청년 요리사들의 보금자리인 ‘청춘다락’.

5~7평 남짓의 작은 가게 6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파스타와 한식, 초밥, 덮밥, 일본식라면, 커피 등 점포마다 메뉴가 제각각이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청춘다락이 있는 중앙시장 2층은 1990년대까지 식당가로 인기를 끌다 전통시장이 쇠락하면서 창고로 쓰였다. 시장 다락에 청년 상인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진주중앙시장이 선정되면서다.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 후 미국과 호주 등에서 외식업을 배운 정경민(28) 씨가 이곳에서 첫 가게를 낸 이유는 간단하다.

“저렴하게 매장을 열 수 있으니까요. 혹시나 실패해도 큰 타격이 없을 것 같았어요. 역시나 개점 보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죠.”

저렴한 가겟세와 관리비는 당연히 저렴한 음식값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으면서 전통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필요한 식재료를 즉시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십 년째 시장을 지켜 온 어르신들은 손주뻘 장사꾼이 기특한지 하나라도 더 얹어주시려 한다고.

이곳은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밀물처럼 몰렸다가 썰물처럼 빠지기를 수차례. 한 손님이 초밥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옆 가게인 덮밥집 테이블로 가져가서 먹는다.

“옆 가게에 빈자리가 없으면 내 가게를 빌려주고, 바쁠 때는 거들기도 해요. 이웃이 잘돼야 나도 잘되는 거 아니겠어요?”

작은 공간에서 경쟁보다 상생을 생각하는 청년상인들이다.

 


체험과 쇼핑 동시에, 자생력이 관건

진주중앙지하도상가 청년몰 황금상점

중앙시장에서 3분 정도 걸으면 닿는 중앙지하도상가. 대형 쇼핑몰의 영향으로 수년간 발길이 뜸했던 이곳이 최근 젊은이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저마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중무장한 청년상인 20명이 입점하면서 중앙지하도상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사업으로 국비를 지원받아 창업한 이른바 ‘청년몰’이다.

청년들은 지하도 한편에 자리한 자신들의 공간에 ‘황금상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 기존 상인들이 취급하지 않는 품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창업의 성공과 젊은 인구 유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다.

진주에서 열리는 유등축제를 본떠서 만든 유등빵, 수제사탕, 마술도구, 청바지리폼 등 이색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체험 위주의 공방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좋다.

사회 초년생이나 30대 초반이 대다수인 청년 상인들. 그만둘까 싶다가도 ‘힘내자’는 서로의 격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젊은 상인들 특유의 장점도 있다. 눈앞의 매출보다 언젠가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믿는다.

20대 초반부터 의류 매장에서 일한 최대수(31) 씨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꿈에 그리던 청바지 가게를 열었고, 리폼까지 손수 해서 판매한다.

“첫 장사라 매출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어요. 그런데 욕심을 덜고 즐겁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청바지 공장과 계약도 맺고, 체인점 문의도 들어오지 뭐예요.”

진주시의 지원이 끝난 지 반 년이 지났다. 그래도 황금상점 상인들은 단골손님들을 보며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플리마켓, 창업강의, 한복대여, 자체 앱 개발, 고객 추첨 순금 증정 이벤트 등으로 자생력을 키워 오랫동안 살아남겠다는 포부다.

한편 진주시는 중앙시장 2층에 청년몰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진주시 지역경제과 시장개선팀 관계자는 “중앙시장에 청년 상인이 늘어나면 먹거리와 쇼핑, 체험, 공연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돼 전통시장에 더 많은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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