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길에서 만난 송골매

 

도시 속 전원주택처럼 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도시를 벗어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로수를 헤아린다. 오랜만에 차 한잔하자는 지인의 연락으로 노을이 아름다운 곳, 바다가 지근거리에 있는 곳에 나들이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수정마을에서 안녕마을로 들어서기 전 삼거리를 지나던 지인이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어, 저기 보세요!”

커브길 가장자리에 한 마리 새가 인형처럼 서 있는 게 아닌가. 지인은 차량에서 내려 지나가던 차량들을 온 몸짓으로 돌려세웠다. 평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다. 나는 새를 향해 다가갔다. 똘망똘망한 눈망울, 손에 쥘 듯한 작은 몸집의 새. 부리와 발톱을 보니 제법 날카롭다.

예사로운 새가 아니구나. 그런데 왜 한참을 움직이지 않지?’ 가만히 보고만 있던 나와는 달리 순간 대처 능력이 뛰어난 지인은 야생동물보호협회에 연락했다. 물을 주면 좀 마실까 싶어 언덕 아래 낡은 집으로 가서 종이컵 가득 물을 채워왔지만 먹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며 지나가던 차량에서 한 명 두 명 행인들도 내려서 사진을 찍고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내린 한 분은 독수리과에 속하는 새인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평소 보기 힘든 종류의 새라며 잘 보살펴서 보내자고 얘기했다. 조심스레 살펴보는 아이들의 눈빛도 간절해 보였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협회 측 관계자가 도착해 상황을 살폈다. ‘송골매라는 얘기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조류인 송골매가 도심 속에서 발견되기는 쉽지 않다고, 송골매가 출몰하는 건 그만큼 이 주변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증거란다.

어쩌다 인간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가 제 생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송골매와의 인연을 오랫동안 간직하련다.

 

김홍선(창원시)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