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큰 별이 떨어지다
  • 민족의 영웅과 그를 따르는 이름없는 조선 수군의 피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장식하였기에 오늘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그들의 흘린 피를 생각하며 죽음에 이르러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알아보자.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을 느껴보자.
살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비명과 함성이 노량해협을 뒤흔들었다. 모두들 나라를 위하는 마음 하나로 내 한 몸 돌보지 않고 일본군과 싸웠다.
해남 현감 유형은 무예가 뛰어난 장수였다. 그는 화살이 다하면 창으로, 창이 부러지면 쌍검으로 군사들의 진격로를 뚫었다. 적의 조총에 맞아 쓰러졌다가 북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 칼을 들고 진격하자 여러 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군관 송희립은 이순신 장군과 같은 전선에 있으면서 독전하다가 적탄에 왼쪽 이마 옆을 맞아 기절 하자 타수[舵手선박에서 키를 맡아보는 선원] 한 명이 이것을 보고

“송군관이 총에 맞았다.”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소리에 이순신 장군은 깜짝 놀라 상반신을 높이 들어 송희립을 찾아보려는 순간, 적탄 한발이 이순신 장군의 왼쪽 가슴을 깊이 뚫었다.
이순신 장군은 쓰러졌다. 좌우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당황하여 이순신 장군을 부축하고 방패로 가렸다.
이순신 장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옆에 있던 병사들에게

이순신 장군 유언비 이순신 장군 유언비
“싸움이 바야흐로 급하니 이 사람의 죽음을 삼가고 삼가 말하지 말고 군사들을 놀라게 하지 마라”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군사들은 너무나 비통하였다.

“장군, 장군, 정신 차리시오. 장군!”
노량해전 동판 새김 노량해전 동판 새김
이때 기절했던 송희립이 정신이 들어 일어나 보니 피가 흘러 얼굴과 옷에 물 들어 있으므로 옷 속천을 찢어서 머리를 동여매고 급히 장대[將臺장수가 올라서서 명령 지휘하던 대]에 올라갔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고 한을 품은 노량 바닷바람에 원수기만 펄럭이고 있었다.
송희립은 눈앞이 캄캄하였다. 그러나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이순신 장군의 아들 회와 조카 완의 울음을 막았다. 그리고 고인의 갑옷과 투구를 벗겨서 홍단으로 주검을 싸게 하였다.

그 위에 갑옷과 투구를 다시 씌우고 방패로써 주검을 가린 뒤에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던 누각 방안으로 들여보냈다.
아직 다른 장수들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모르고 전투에 한창이었다.
송희립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발표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북을 치면서 싸움을 재촉 하였다.

이순신 장군의 유언과 그 속에 담긴 정신에 대하여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