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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밖에서 먹는 집밥, 이 맛이야!

‘농가맛집’의 특별한 밥상
작성2019년 05월[Vol.74] 조회766

 

바쁜 일상에 쫓겨 떼우기식 식사가 다반사인 현대인들. 한 끼 먹는 데 드는 시간은 10~15분 정도다. 그야말로 때가 되면 해치우는 식사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보면 참 미안해지는 식사시간. 그래서 밖에서도 집밥처럼 소중하고 특별한 밥상을 찾았다. ‘농가맛집은 평범한 메뉴를 예사롭지 않게 차려내는 곳. 경남도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선정한 도내 18농가맛집을 소개한다.

 

산청 예담원, 익숙하지만 특별한 정식

경남공감은 산청 남사예담촌의 예담원을 찾아갔다. 가장 대중적인 정식에서 특별한 맛을 찾아보기로 했다. 예담원 대표음식은 정식과 비빔밥. 정식은 15000원짜리 매화정식과 2만 원짜리 선비정식이 있다. 비빔밥은 8000원이다. 우선 매화정식과 비빔밥을 주문하고 지리산흑돼지수육 작은 접시(1만 원)를 추가했다.

일반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인데, 밑반찬이 차려지면서 산청 느낌이 물씬 난다. 생취나물무침, 말린 토란대볶음, 새송이버섯조림, 도라지초무침, 고사리볶음, 호박볶음 등 손 많이 가는 채소반찬이 주루룩 깔린다. 잘 익은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는 기본이다. 정식의 주인공은 두부. 옛날식으로 직접 만들어 상에 올린다. 부드럽고 순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 이다.

갖가지 산나물 반찬에 짝을 맞춰 나온 국은 토란탕. 정확하게 말하자면 토란들깨국이다. 들깨는 비타민과 지방 함량이 높은 독특한 향미를 가진 식재료. 들깨의 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좋은 지방이어서 건강에도 이롭다. 여기에 토란을 넣어 끓여냈다. 토란도 들깨 못지않은 건강 식재료다. 칼륨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충청도와 전라도 향토음식인 토란탕처럼 토란을 알 형태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삶아 으깨 걸쭉하게 끓여 경상도식 찜국이 됐다. 토란의 떫은맛을 잡기 위해 쌀뜨물을 국물로 쓴다. 익숙한 들깨찜에 토란을 넣어 특별한 맛을 냈다.


밥상 위에 꽃피는 고향 이야기

남사예담촌은 예로부터 양반가가 많았어요. 그래서 음식에도 호사스러운 면이 있지요. 제가 격식을 갖춘 요란한 밥상은 못 차리고요. 밥 한 공기에 호사를 부려봤습니다.”

예담원 이희옥(64)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호사스럽다고 소개하는 밥은 개나리 색의 샛노란 치자밥. 밥 한 공기에 밥상 분위기가 확 바뀔 정도로 화사한 색 이다.

집집마다 우물가에 치자나무 한 그루씩은 있었어요. 귀한 손님이 오면 치자로 정성스레 밥을 했지요. 맛이야 별 차이 있나요? 눈이 호강하는 거지요.”

남사마을 출신인 이 대표는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예담원을 열었다. 퇴직한 남편과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 식당을 운영한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노년에 일거리를 찾았다고 봐야지요. 무엇보다 고향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마을 분들 도움이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지리산흑돼지 수육에 강된장

밥상 중앙 자리를 차지한 것은 역시 고기다. 당귀, 월계수잎 등의 약재를 넣고 삶은 수육은 잡내나 누린내를 전혀 풍기지 않는다. 수육은 딸려 나온 취나물장아찌와 무장아찌에 싸서 먹는다. 취나물 특유의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고기 맛을 부드럽게 감싼다.

되직하게 나오는 된장찌개 맛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시골식 강된장이어서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먹어도 좋다. 먹는 사람 취향대로 예담원의 밥상은 양반님 밥상이 됐다가 머슴밥상이 되기도 한다.

이 대표가 산청산식재료를 소개하는데, 정식차림의 구색을 맞추느라 올린 생선구이에서 딱 막힌다. “나막스라는 바다생선이에요. 붉은메기를 말린 겁니다. 민물생선이면 좋았을 텐데. 민물고기는 탕거리로 많이 쓰니까요. 특별식이라 생각하시고 맛있게 드세요.”

 

혀끝에 기억되는 맛, 딸기샐러드와 식혜

바다생선인 특별식이 농가맛집의 의미를 살짝 거스른다 싶은데,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색감의 반찬이 나온다. 대추와 밤 고명을 얹은 오이선과 딸기샐러드다. 선명한 초록과 빨강이 밥상을 꽃밭으로 만든다. 신선함도 배가 된다. 달고 짜고, 거기다 쓰고 매운맛이 섞인 샐러드의 오묘한 맛. 오미자 소스를 쓴 딸기샐러드는 예담원하면 떠올릴 만큼 독특하다.

딸기샐러드만큼 혀끝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음식은 또 있다. 예담원의 식혜다. 엿기름으로 삭힌 옛날식 식혜 맛을 낸다. 은은한 단맛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단품메뉴인 비빔밥은 예담원 정식의 약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식 밥상의 나물반찬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소담스럽게 담겨 나온다. 감칠맛 나는 비빔밥 한 그릇으로 건강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예담원 툇마루는 그때그때 마을사람들이 수확한 농산물의 판매대가 되기도 한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한창 수확 중인 딸기가 가격대별로 펼쳐져 있었다. 아침에 작업한 딸기여서 신선도는 으뜸. 한 알 맛보고, ‘밥 먹고 나오면서 사야지하고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보니, 이미 다 판매되고 없다. ‘직거래에 덤으로 얹은 인심까지, 밥손님들이 놓칠 리가 없다.

 

지역식자재로 차린 농가밥상

농가맛집은 2007년 농촌진흥청이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지역 식자재를 사용하고, 지역 식문화를 스토리화해서 향토음식을 상품화했다. 농촌의 소규모 외식산업으로 향토음식을 알리고, 농업 외 소득향상도 꾀한다는 취지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음식 외 지역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경남도내에는 현재 18개소의 농가맛집이 있다.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상시 식사가 가능한 곳도 있다. 김해 흙담, 의령 해밀, 남해 어부림, 산청 예담원, 함양 나무달쉼터 등 5곳이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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