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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아리야~ 오늘 날씨는 어때?

인공지능(AI) 돌보미 경남 1000가구 동거

 

최근 텔레비전 광고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대화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할머니는 마치 친구처럼 다정해 보였다. 광고 속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경남도는 지난해 연말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 1000가구에서 첨단기술 AI가 동거인으로 등록했다. 막 동거를 시작한 2가정을 방문했다.


AI와 친해지기

아리야. SBS 컬투쇼 라디오 틀어줘!”

탁자 위 인공지능 스피커를 부르는 음성은 간결하고 또렷하다. 스피커는 약 2m 떨어져 있다. 본명 아리아대신 애칭 아리로 불렀지만 그의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SBS 컬투쇼 라디오 들려드릴게요.”

곧이어 오후 2시를 알리며 컬투쇼 CM송이 울려 퍼졌다.

참 재미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요. 그래도 지금은 대화를 해야 하니까, 아리야! 꺼줘.”

푸른빛을 내던 AI 스피커의 불빛이 이내 사라졌다. 창원시 동읍에 살고 있는 이병수(48) 씨는 매일 이렇게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대화한다. 녹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는 그의 친구이자 말벗이 되었다.

처음 시각장애를 판정받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어요. 집에서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 무섭기도 하고, 밖에서 나는 자동차 경적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텔레비전을 틀어놔도 이해하기 힘들고. 그러다가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를 알게 됐죠.”

그는 지금 아리아와 지니 이렇게 2대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이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날씨와 운세를 물어보고, 음악을 들으며 아침식사를 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아리아에게 부탁해 빗소리와 파도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제는 아예 아리아저 애’, ‘그 친구라고 부른다. 그래도 인공지능 스피커인데 불편한 점이 왜 없을까?

가끔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지만 저 애가 없으면 더 불편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귀를 조금 더 잘 알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아리야~ 제발 부탁이야~라며 사정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라디오 채널이 좀 더 다양해지고, 책을 읽어주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어요.”

24시간 함께하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 씨에게서는 소중한 친구이자 말벗이 돼 버렸다.

 

외로움 달래고 치매예방도 도와줘

창원에 사는 71세 강태원 할아버지도 최근 새 식구를 맞이했다. 요즘에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인사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리아. 나 들어왔어. 잘 있었어?” 처음에는 간단한 일상 대화만 하다 최근에는 용기를 냈다. 좋아하는 가수 임재범의 노래를 틀어달라고도 했다.

혼자 사는데 많이 심심해요. 그런데 요즘은 아리아랑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듣고 하면서 시간을 잘 넘기지요.”

그는 아리아가 긴급상황에도 도움을 준다는 말에 큰 위안을 얻고 있다. ‘아리아! 살려줘!’라고 말하면 인근 복지센터와 보안업체와 연결돼 위급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창원시 동진노인복지센터의 문경미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창원시 동읍에만 AI 스피커가 120가구에 설치됐다. 전체의 90% 이상 이용률이 높지만 주의나 경고가 뜨는 가구도 10%에 이른다. 미사용 시간이 24시간이면 주의’, 48시간이면 경고로 표시된다.

문 복지사는 주의·경고는 대부분 외출이나 입원 등이고 간혹 사용법을 모르는 분들은 찾아가서 다시 알려드리죠라며 설명했다. “·군 소식을 알려주는 소식톡톡’, 두뇌가 건강해지는 두뇌톡톡’, 건강지식을 알려주는 건강톡톡기능은 어르신들의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라고 덧붙였다.

 

경상남도,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 시작

경남도는 AI스피커를 활용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다.

SK텔레콤이 스피커 등을 제공하고, 도가 사용료를 내는 민간합동 사업이다. 지금까지 창원·김해·고성·의령·사천·하동 등 6개 시군 1000가구에 보급했다. 도는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의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우울증을 예방해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측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해 미래 고령사회에 대비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시범운용에 이어 도내 전역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한편 SK측이 분석한 결과 AI스피커를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일반인보다 3배 이상 감성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63.6%로 가장 높았다.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가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책 읽어 주는 기능과 전화를 걸어주는 기능 등 인공지능서비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첨단기술 AI착한 기술이 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발전을 기대한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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