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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만드는 마산합포 할머니 봉사회

 

한번 사용하고 나면 소각해야 하는 폐현수막을 활용하여

 

장바구니를 만드는 할머니들이 있다. 평균 연령 70대의 고령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탄소중립활동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마산합포 할머니 봉사회를 만났다.

배해귀 사진 유근종

 

평균 연령 70, 하루 30개씩 제작좋아서 하는 일

드르륵드르륵~.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가정집에 들어서자 정겨운 재봉틀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슥슥~ 묵직한 가위질 소리도 함께 장단을 맞춘다. 폐현수막에 둘러싸여 장바구니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이 활짝 웃으며 취재진을 맞아준다.

별게 없는데 취재를 왔는가베. 우리가 장바구니 만드는 건 재미있어서 안 하나. 재미가 없으면 할 수나 있겠나. 자식들이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좋아서 한다 아이가.”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이유를 설명하는 마산합포 할머니 봉사회 서두연(94) 회장. 주름진 할머니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천을 다듬는다. 옆에서 천을 자르고 있던 김종은(61) 총무는 하루에 30개씩은 만들어요. 저희는 옆에서 도와드리는 거고 서 할머니께서 많이 해요. 재단하고 바느질하고, 끈도 달고. 15단계로 하나하나 손이 안 가는데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대부분 소각하는 폐현수막, 환경오염 유발 심각

폐현수막은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각되면서 환경을 오염시킨다. 특히 올해는 두 번의 선거가 있어서 더 많은 폐현수막이 쏟아졌다. 폐현수막은 소각·매립 시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과 아황산가스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이 배출되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할머니 봉사회는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폐현수막을 가져와 활용도를 더하고 그 가치를 높여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제품, 장바구니를 만드는 것이다.

김 총무는 간판 제작하는 업체를 통해서 자투리 천을 받기도 하고, 걸려 있던 현수막을 얻어 오기도 해요. 예전에는 외부에 걸려있던 현수막도 받아와 세탁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실내 현수막만 받아 와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거한 폐현수막은 할머니들의 손에서 새롭게 재탄생된다. 지난 8~9월에는 마산합포구 문화동 탄소중립만들기 추진위와 할머니 봉사회 등이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탄소중립 활동으로 350개의 장바구니를 제작해 지역민에게 나누고, 폐건전지 보상 교환 활동 등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도 펼쳤다.

 

27년째 탄소중립 활동과 이웃사랑 실천 귀감

마산합포 할머니 봉사회는 서 할머니를 주축으로 지난 1995년에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서 할머니는 해방 이후 조선인에 대한 핍박이 심해져 창원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후 중매결혼을 하였지만 너무나도 가난해 끼니조차 잇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당연히 옷 한 벌 제대로 지어 입을 여유가 없었다. 삯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지던 어느 날 재봉틀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30대가 되니 농촌지도소에서 재봉틀 기술을 가르쳐주더라고. 소중한 세금으로 배웠으니 어려운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어.”

복지시설 등에서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빼 바지와 밑반찬을 만들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이렇게 할머니의 좋은 뜻이 알려지면서 하나, 둘씩 손을 보탰고 지금의 할머니 봉사회가 만들어졌다. 초창기엔 회원이 50여 명에 육박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10명으로 줄었다. 그래도 힘 닿는대로 해마다 옷과 가방 등 4000여 점을 만들어 이웃에 나눠준다.

오늘도 재봉틀 앞에 앉아 박음질을 하며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할머니 봉사회를 본받아, 깨끗한 지구를 위해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이용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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