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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단체

[사람&단체]찢어지고 갈라졌던 수정마을 주민 ‘공동체 회복’ 위해 힘찬 첫 걸음

 


 

지난 326, 30년 넘게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수녀원의 문이 열렸다. 이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 강당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지역재생 전문가들이 모였다. 경남도지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평온했던 작은 어촌마을에 분열이 일어난 지 15. 마을의 공동체 회복과 치유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도대체 수정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수정만은 호리병처럼 생겼다. 수정마을은 아름답고 평온했고, 380가구 주민 대다수는 가족처럼 지내며 홍합을 까거나 밭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1990년 당시 의창군이 수정만에 서민아파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는 주민들의 찬성을 얻은 뒤 매립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6년 시공사가 부도가 나자, 옛 마산시와 STX중공업은 매립지를 조선블록제작 용지로 변경 약정을 맺었다. 그 과정에 주민의 동의는 없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을 지경에 놓인 주민들의 반대는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마산시와 STX중공업은 주민의 삶을 보장할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졸속행정과 폭력, 거짓이 난무했고 주민은 분열됐다. 2011, STX중공업은 수정만 조선소 유치를 공식적으로 포기했지만, 두꺼운 콘크리트로 매립된 드넓은 땅은 거대한 흉물로 을씨년스럽게 마을에 방치되고 있다.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 위기의 마을 지킴이 자처

호리병 형상의 수정만은 쇳가루, 독성 페인트, 굉음, 중금속 등 오염이 빠져나갈 수 없는 지형이었다. 죽음의 마을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수정마을 언덕 위에 자리한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은 1987년 세워진 이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이었다. 당시 STX중공업은 수녀원만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 상황에서 교회법이 정하는 봉쇄수도원을 지키기 위해 모른 척 눈감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장요세파 수녀는 전했다. 시토수도회(가톨릭 베네딕토 원시회칙파의 주축을 이루는 개혁수도회) 총회도 이 기막힌 사연 앞에서 투표로 수녀원의 활동을 인가해 주었다. 홍합을 까며 모은 쌈짓돈과, 식당일을 하며 모은 저금통을 선뜻 내어 놓은 할머니들과 함께 수녀들은 5년에 걸친 투쟁을 시작했고 마을을 지켜냈다.



 

 

수정마을, 지난해 경남1번가에 공동체 회복 도움 요청

작고 평화로웠던 마을은 기나긴 투쟁으로 마을회관을 따로 쓸 정도로 서로를 할퀴고 헐뜯으며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다. 반대 시위를 하느라 생업과 생계는 파탄 났고, 생활의 터전이었던 바다는 콘크리트로 막혀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마을 공동체는 반목과 증오의 골이 깊어 스스로 회복하기 힘든 상태였다. 마을에는 웃음이 사라졌고 거리는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 사연은 지난해 1118일 경남도 온라인 정책플랫폼인 경남1번가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슈화됐다. 수정마을은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고, 도민 457명의 찬성을 얻어 도민제안으로 채택됐다. 마침내 경상남도는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지원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주민 스스로가 이뤄낸 기적과도 같았다.

 

 

전국의 재생전문가 도움의 손길 비로소 마음을 나누다

쪼개졌던 수정마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수정주민과 종교계, 경상남도, 창원시, 경남도의회, 경남연구원,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경남교육청, 경남대 링크사업단, 지역문제해결플랫폼경남 등이 추진위원회(위원장 안차수 경남대 교수)를 확대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 시작으로 326일부터 12일간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에서 전문가 워크숍을 열었다.

제주에서 태백까지 전국의 지역 재생 전문가들이 모여 사례를 발표하고, 수정마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아이디어를 나눴다. -반으로 갈라졌던 마을주민들도 사태발생 15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마을 갈등 치유 회복 프로그램으로서는 전국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

 

 


 

 

수정, 우리가 다시 빛내리

공동체 회복 추진위원회는 17명으로 구성된 TF팀을 꾸렸다. 마을과 마을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주민 워크숍을 가지기로 했다. 지난 46일 마산도시재생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마을소식지 발간과 마을방송국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구 보건소와 마을회관 2층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도 주고받았다.

TF팀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움직인다. 주민치유와 화합을 위한 팀, 수정마을을 새롭게 바꿀 전문가팀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홍보를 맡고 있는 신성일 슈퍼히어로 대표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주민 인터뷰를 촬영했다. 15년간 등 돌리고 있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큰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남연구원 홍재우 원장은 다시는 마을주민들이 마음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힘주어 강조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고 앞으로 이주해 올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수정마을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행정적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으므로 전문가, 기관, 마을주민, 종교가 차근차근 논의하고 합심해서 아름다웠던 수정마을을 되찾아 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INFO 수정마을 진행상황

- 1990 수정만 매립 서민아파트 계획수립

- 2006 STX중공업, 옛 마산시와 조선용지로

- 비밀리 약정체결

- 2007 수정마을 주민 반대시위 본격화

- 2011 STX 공식 사업 포기

- 2020 10월 공동체 회복 추진위원회 결성

- 11월 경남1번가 제안 채택

- 2021 3월 전문가 워크숍

- 4월 마을주민 워크숍

 

- 홈페이지 www.resujeong.kr

 

 

 

 

 

이지언 사진 수정마을공동체 회복 추진위원회·이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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