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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유황돼지 사업을 시작한 대병면, 벌터마을 이야기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 벌터마을은 허굴산 자락 300m 산중턱에 자리한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맑고 풍부한 물과 지천으로 널린 바위, 산골 바람은 수려한 자연환경을 만들고, 38가구 49명의 주민은 자연을 닮은 넉넉한 인심과 상부상조하는 두레 전통을 기본 삼아 활발한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벌터마을은 자랑할 게 넘친다. 예부터 속병과 피부병에 좋다는 샘물은 긴 세월 주민들의 식수와 논과 밭을 만들고 살찌운 효자 약수다. 논과 밭, 길가에는 병풍바위, 용바위, 거북바위, 낙타바위 등 집채만 한 바위들이 저마다 모습을 뽐낸다. 고갯길 이름도 재미있다. ‘토골이란 지명에 언덕의 경상도 사투리 만디가 더해져 토골만디, 마을이 푹 오목하게 싸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한니불 등 선대들의 삶과 이야기가 배어있는 이름이다. 벌터마을도 마을에 벌을 많이 키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정자연이 자랑인 이 마을에 30여 년 전 돼지 축사가 마을 앞에 들어섰다. 돈사에서 나오는 악취와 파리 떼, 소음으로 주민들은 겪어보지 못한 고통으로 신음했다. 오랜 갈등 끝에 2015년 토골만디에서 농장주와 주민들은 극적인 화해를 했다. 청정마을을 복원하고 서로가 공존·상생하는 방안을 머리 맞대고 고민한 결과 돼지 농장은 마을 뒤 깊은 골짜기로 이전했고, 비워진 돈사 터에는 마을센터와 체험 교육장, 마을식당,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 마을 공동사업을 위한 시설을 짓고 있는 중이다.

화합의 노력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20208, 주민들과 돼지농장주가 참여해 벌터 행복사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마을에서 생산하는 돼지고기와 농산물로 축산물과 육가공품을 개발했다. 마침내 지난해 12, ‘벌터 유황돼지란 이름으로 정식 개업해 영업에 나섰다. 마을 농장에서 생산하는 돼지고기는 유황 사료로 키워냈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기름이 적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우수한 상품이다. 벌꿀, 양파, 마늘, 생강, 양배추, 대파, 부추와 돼지고기 후지를 조합 가공한 수제 소시지, 떡갈비, 야채 돈 빵, 돈 육포는 화학 첨가물 하나 없이 천연재료로 만들었다. 청정과 상생의 벌터마을을 그대로 닮은 대표 먹거리로 자랑할 만하다. 게다가 환경과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과포장된 박스 대신 재활용 할 수 있는 실속 포장을 실천해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수십 년간의 해묵은 갈등과 대립을 넘어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은 벌터마을이 오랜 세월 이어온 상부상조의 공동체 가치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연의 넉넉한 품에서 나오는 따뜻한 인심, 함께 나누며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벌터마을의 아름다운 동행을 나라 곳곳에서 이어받기를 소망한다.

 

유예진 명예기자(합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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